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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사들의 사회참여가 뭐 어때!<이현석의 진료실 단상>

얼마 전 임산부 폭행사건과 소위 ‘국물녀’ 사건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임산부 폭행사건의 당사자였던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해당 프랜차이즈 업계는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었다. 그리고 국물녀 사건의 주인공에 대한 경찰과 네티즌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국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CCTV등의 자료를 중심으로 진실이 밝혀져 해당 음식점과 세칭 국물녀의 억울함이 밝혀졌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한 정의감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드러난 내용만 가지고 속단을 하였기에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했으리라.

수년 전에는 세칭 쓰레기 만두 파동이 있었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쓰레기 재료를 가지고 만두를 만들었다는 데 대한 국민적 분노 속에서 만두를 제조하는 소기업 사장이 자살을 한 후에 밝혀진 진상은 정상적인 식재료의 자투리 부분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생산한 후 저렴하게 공급한 위생에는 문제가 없는 식품이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거의 모든 의사들이 본인이 직접 혹은 주위의 의사들의 의료분쟁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모든 의료분쟁에서 의사가 옳았다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료분쟁의 경우 진료실에 와서 난동을 피우고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단계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나 이성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 다행히(?) 법정으로 가게 되면 각종 자료를 분석하여 중립적인 판결이 내려지겠지만, 이 경우에도 환자 측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판결이 잘 못되었다고 각종 기관에 민원을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경우 의료분쟁도 임산부 폭행 사건과 국물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마저 갖지 못한 상태에서 안 좋은 소문만 나게 되고 결국 그 스트레스를 감당 못해 자살하게나 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사를 당하기도 한다.

이는 극단적인 경우를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달 22일 전남 광주에서 의료분쟁으로 고민하던 한 의사가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였고, 이 달 3일에는 작년 3월에 발생한 의료분쟁으로 고민하던 40대 후반의 여의사가 병원에서 사망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불과 보름 사이에 2명의 의사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의사라 하더라도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경우 적절한 분석을 통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었거나 현재의 의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전문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렇게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의학적인 지식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많은 교수님들이 “의사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만일 사회나 정치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의과대학을 그만두고 활동을 하는 것이 옳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던 교수님들이 2000년에는 의약분업 시행에 항의하며 가운을 벗고 진료실을 떠나셨다.

학생 때 적십자 정신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중립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적십자 운동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사회적 관심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그 동안 의사들은 의학지식만이 전부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가 다행히 최근에 와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진료만 하는 것도 버거운데 다른 문제에 무슨 관심을 갖느냐고 하는 사이에 의사들은 고립된 집단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접촉해야 한다. 특히 개원의의 경우 행정적인 면도 다루어야 되며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개원의 스스로가 주위 사람들과 상의하여 도움을 받아야 하며, 더 나아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다. 즉, 혼자서 진료만 하면 되는 세상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을 불교에서는 '인드라의 그물'이라고 표현한다. 우주를 덮고 있는 커다란 그물인데 각각의 그물코마다 보석이 달려있다. 이 보석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빛을 반사시켜 어떤 보석을 보아도 주위의 모든 보석들의 빛이 비추어지게 되어있다. 이 각각의 보석들이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면서 사회가 구성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고 또, 주위의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였으면 두 분 의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소위 국물녀의 당사자였던 분이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여 진상을 밝히고 기자회견을 통해 심정을 밝힌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의 조급한 편견을 치유하는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보도를 보면서 혹시 당사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많은 사람(인드라의 그물에 있는 보석)들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인내할 수 있는 밝은 빛을 내어 주위의 보석들을 밝게 비추어 긍정적인 사회로 나가는 에너지가 충만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현석은?

198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사1990년 흉부외과 전문의1994년 서울아산병원 수련199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사2006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2011년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의료커뮤니케이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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