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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섭 칼럼] 의료자원 불균형, 누구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의료기관의 절반 정도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서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의료기관 수가 208개로 가장 적은 경기도와 인천의 138개보다 1.5배가 더 많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인구 당 의료기관 수가 가장 적은 경기도와 인천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가장 낮아 가장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경기도와 인천이 가장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암 검진의 경우,전국에서 암 검진기관이 없는 시군구가 35곳에 달하고,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2011년 기준 무려 58곳에 이른다.

의료기관의 도시 집중 현상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들 지역은 대부분 농촌지역들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아이를 분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만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이들 지역 중 일부 지역을 선정하여 분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료기관 분포의 지역별 불균형은 때로는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이 경우 지역별 의료기관의 합계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데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해당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지가 여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의료기관을 주민들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어야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도움을 제때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심근경색증(또는 심장마비)으로 입원 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교육에 참석했던 한 분은 갑자기 시작된 가슴통증이 발생한 후 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119 구급대에 연락하여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응급실 도착 후 막힌 혈관을 뚫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5분에 불과하였다.

선진국의 경우 급성심근경색증 증상 발생 후  9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병원에 먼저 들러 시간이 더 지체되었거나,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에 도착하였다고 하더라도 막힌 혈관을 뚫기까지 시간이 더 지연되었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큰 지장을 주는 장애가 발생하거나, 생명에 큰 영향을 주었을지 모를 일이다.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이나 대도시 지역의 경우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대형병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거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기관까지 대부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강원도, 영남내륙지방 일부, 섬지역 등의 경우에는 60분 또는 90분 이내에는 적절한 치료기관에 도착하기 어려운 지역들이 많다. 만약 그러한 지역에 사는 주민 중에서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마도 신속한 치료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나 사망률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 중 이들 중에서 그러한 취약지역에서 심근경색증이 발병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지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생사를 가르거나 남은 삶의 기간 동안 동반되는 장애발생 가능성 및 장애의 중증도가 달라지는 것이다(참고로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2010년 사망원인 중 급성심근경색증을 포함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원인 중 3위를 차지하였다).

이렇게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적인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은 민간부문이 지역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지역들이다.

때문에 이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더 먼 거리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해야만 한다.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과 경제적 비용 또한 고스란히 개인과 가족의 몫이다.

물론 이러한 취약지역 주민을 위해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운영 중이지만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기 위한 투자여력이 없고, 필요한 전문 인력도 확보하기가 어렵다보니 지역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지역민들의 이용이 낮다보니 지방의료원의 재정적 여력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지역 모든 주민들이 사는 곳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중시하는 분들이 나라의 일꾼으로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유원섭은?

1998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졸업2001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석사(보건정책학 전공)2002 예방의학전문의 취득2005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의료관리학 전공)2002. 9~2011. 8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2011. 9~현재 충남대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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