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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얀정글'을 넘어 극영화로의 도전<송윤희의 다큐공감>

최근에 다큐를 싫어한다고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 영화인을 만났다. 반감을 표한 것은 아니었지만 순간 그의 말이 조금 과하고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에는 그래도 왜 그렇게 굳이 센 말을 했는지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예측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예측은 적중했다. 다큐는 사실들의 나열인 척 하면서, 실상 감독의 주관에 걸러진 ‘다듬어진 사실들’이라는 것이 그가 다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은 다큐영화만이 아닌 모든 객관적 기록물들이 갖는 단점이다. 신문에 나는 스트레이트 기사들마저도 어느 신문사의 어떤 성향의 데스크를 통과했느냐에 따라 달리 기록될 것이다. 혹은 아예 기록되지 않고, 없었던 일인 양 잊히는 수도 있다. 아마도 그 영화인이 다큐를 싫어한 이유는 여느 기록물에나 있는 치우침이나 색깔 때문이 아니라, 그 색을 강하게 주장하는 매체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다소 과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런 성향의 사람은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도 즐겨 읽지 않을 것 같다. 기록영화는 분명 작가의 시선을 통해 기록되기 때문에 극영화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그 작가의 특성과 세계관을 담고 있을 것이다. 때론 예술 특유의 우회적 표현을 통해 감상의 폭을 넓히는 다큐 작가들도 있지만, 열에 일곱은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특히 기록영화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일수록 그 직설적인 특성에 매료되는 듯하다. 대놓고 주장하는 <하얀 정글>도 그렇고, 80년대 세상을 놀라게 한 마이클 무어의 <라져와 나>도 그렇다.(써놓고 보니 말도 안 되는 비교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다큐멘터리가 아주 인기 영화 장르가 아닌 이유에는 분명 위의 이유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인간은 누군가의 주장을 듣기보다, 어떤 극적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느끼면서 그 감성과 영적 울림에 따라 주장이나 생각을 만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특성을 잘 구슬려서 다큐에 담을만한 주장을 은은하게 이야기 안에 녹여낼 수 있는 작가야말로 정말 최고의 창작자일 것이다.

물론 때로는 대놓고 주장하는 듯한 극영화들도 있다. 필자의 경우 그게 유달리 크게 느껴졌던 가장 최근의 영화로는 <이태원 살인사건>이 있다. 극영화에서 있을법한 우회적 표현 없이, 정말 고증(?)하듯이 사건을 재현해내고 그 사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들을 직설적으로 언급한 영화였다. 그런 강력한 주장에 따라 영화 자체의 힘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기록영화와 극영화의 두 가지 영화는 지금도 공존하고 있다. 극영화에는 어마어마한 투자사들이 붙고, 매번 주식에 투자하듯, 거대 제작비를 투척하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업적 논리가 그 토대를 이루고 있다. 기록영화에는 대중의 호응이 떨어지는 만큼, 확고한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전자에는 앞날을 모르는 돈의 흐름에 종사자들의 지나친 양극화가 당연시 되고 후자에는 명백한 앞날(돈과 거리가 먼)을 두고 끼니를 걱정하며 나름의 진실을 펼치려고 애쓰는 가난한 예술가 혹은 활동가들의 보편적인 결핍이 당연시 되고 있다. 양 영화판에서는 어느 순간 열정만으로 살기 힘든 생활인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세상에 막대한 예술 영역으로 자리 잡은 극영화는 어떻게 산업의 외피를 입은 채 작가들의 진실을 알리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목구멍이 포도청인 진실 때문에 작업을 중단케 하고 소리소문없이 작가를 퇴출시키는 구조적인 결핍을 지닌 다큐영화계는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날 것의 도덕적 주장을 벗어나 능숙한 표현을 하고자 극영화에 도전하는 지금, 두 가지 영화계의 태생적인 모순에 잠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송윤희는?

2001년 독립영화워크숍 34기 수료2004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사2008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2009년 산업의학과 전문의2011년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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