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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건의료계, ‘포퓰리즘 지도자’ 경계해야<전경수의 의료와 사회>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아직 학자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대중영합적인 정치노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흔히 대중의 인기를 끌어 모으기 위해 타당성이나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행태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포퓰리즘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지도자의 선동에 의해서건 아니면 대중의 그릇된 판단에 의해서건, 대중의 뜻이 언제나 그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흔히 에비타로 알려진 에바 페론(1919~1952)이 사치와 인기 영합으로 아르헨티나를 망친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곤 한다.

포퓰리즘은 단지 국가 단위의 정치적 활동에서만 한정되는 현상은 아니다. 모든 집단의 리더는 종종 구성원 다수의 뜻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 맞닥뜨리기 마련이고, 리더의 안위 혹은 인기를 위해 그릇된 다수의 의사를 따를 경우 이를 포퓰리즘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추대되는 리더의 경우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경우 리더의 지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더는 늘 포퓰리즘에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보건의료인 단체의 리더들 역시 이런 유혹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단체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회비를 납부하고 선거를 통해 지도부에 권한을 위임함으로서 당연히 집행부가 전적으로 회원들의 이익 확대를 최우선의 지상목표로 삼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회원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현실화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장벽으로는 첫째, 정책결정자 혹은 여론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경우, 둘째, 단체 자체의 대외활동 역량이 부족한 경우, 셋째, 이익단체의 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국가기관 혹은 다른 집단의 요구와 충돌하는 경우 등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장벽의 경우 홍보활동 혹은 대외협력 기능을 효과적으로 강화한다면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셋째 장벽의 경우 집행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매우 어렵거나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사회 전체의 편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요구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바로 후자의 경우 포퓰리즘의 문제가 발생한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아무리 회원들의 요구가 거세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국가기관과의 협력관계 등을 고려해서 이런 요구에 대해 적절히 완충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대중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에 올바른 지도자라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통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인 단체 내부에서도 일부 급진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종종 사회 전체의 편익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회원들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지도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전체 보건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민의 건강 등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정부의 정책이나 타 직역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과 공격을 퍼 부음으로서 대중의 일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은 특히 이런 선동적인 지도자들에 현혹되기 쉽다. 보건의료인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이런 포퓰리즘적인 지도자들일 수록 선거에 이겨 집행부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임기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기는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보건의료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부와의 특수 관계 때문이다. 포퓰리즘적인 선동을 위해서는 정부와 극단적인 대립각을 세우기 마련인데, 현실적으로는 정부의 협조 없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의약분업 사태의 경험에서 보듯이 집단 행동과 같은 극단적 수단은 많은 경우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행여 극단적인 압박 카드로 단기적 성과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틀어지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많은 정책 현안들에서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회원들에게 더 큰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포퓰리즘적인 지도부가 성공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많은 현안에 있어 다른 직역 단체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 수가와 보험료 등 가장 민감한 정책들이 결정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경우 여러 직역 단체장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합의기구이다. 여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보건의료인 단체장들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포퓰리즘적인 지도자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다른 직역 단체들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과 태도로는 이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는커녕 홀로 고립되어 결국 두 손 두발이 다 묶인 꼴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결국은 임기 내내 ‘좌시하지 않겠다’, ‘강력히 비난한다’는 식의 내부 단속용 성명서만 남발하다 물러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역사의 어느 시대건 대중영합적이고 선동적인 정치지도자들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경계는 많은 경우 모호하기 때문에 법과 제도로서 이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다. 결국 이런 지도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은 현명한 유권자들의 선택뿐이다. 보건의료인들의 현명한 판단만이 전체 보건의료계의 판을 흐리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하고 장기적으로는 단체 구성원들에게도 피해를 가져다주는 선동적이고 극단적인 지도자들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전경수는?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의료전문지 기자와 고경화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 한나라당 이애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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