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과 숨긴채 메스 놓고 감기·비만 진료…"흉부외과 술기로 먹고살기 힘들어"

수련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병원들은 전공의 인력이 없어 아예 외과계열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전공의 대신 PA(진료보조인력)를 적극 활용하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흉부외과 전문의들 중에는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개원가에서 감기, 비만, 성형 등의 분야를 진료하고 있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과목별 전문의 인원현황’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국내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총  942명으로,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321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개원한 의원 중 전문과목을 숨긴 채 개원한 의원은 270개소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흉부외과 간판을 내걸고 개원해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보니 대부분 전문과목을 숨긴채 개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학회에 등록된 151개의 흉부외과 의원 중 대부분이 감기, 비만, 성형, 미용 등을 진료하는 일반의원이었고, 전문과목을 표기한 의원은 하지정맥류와 다한증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네트워크형 의원이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흉부외과개원의협의회의 활동도 감기, 비만, 미용성형을 주로하는 일반 의원들 위주로 짜여졌다.실제 흉부외과개원의협의회는 2010년부터 대한미용외과학회와 학술대회를 함께 개최하고 있다.흉부외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흉부외과 전문의에 의한 일반 개원이 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비만, 미용, 성형 등의 진료과목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흉부외과를 전공한 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흉부외과 개원의들은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취득한 전문의 자격을 버리고 일반 의원을 개원하는 이유로 흉부외과 수술의 특수성을 꼽는다.대전의 한 흉부외과 개원의는 “관상동맥우회술의 경우 적어도 5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며 수술시간도 8시간 이상 걸린다”며 “흉부외과 관련 수술은 의원에서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최근 하지정맥류 전문 의원을 개원한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흉부외과를 전공한 의사들이 전공의 시절 습득했던 술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병원에 남아서 근무할 때 뿐”이라며 “개원을 하는데 흉부외과 전문의로써 습득하고 있는 술기들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설명했다.개원의들은 이 같은 흉부외과의 특성 때문에 전문의 대부분은 전문과목미표시로 개원하고, 이 중 일부는 돈이 되는 피부, 미용, 비만 등 흉부외과와 관련 없는 진료를 하지만 진로를 바꾸려면 그쪽 분야를 다시 공부할 수밖에 없어 시간과 돈을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다.중소병원에서는 흉부외과를 폐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부산의 한 의료원은 병원경영상의 이유로 흉부외과를 폐과조치하고 일반외과에 흡수시킨 일도 있었다.흉부외과를 운영함에 따라 의료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크고 시설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아예 다른 전문과목을 전공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도 있었다.서울의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이비인후과 전공의로 다시 수련을 시작한 동료가 있었다”며 “전문의를 취득했음에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흉부외과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한편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흉부외과 전공의 기피현상도 병원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흉부외과 전공의들은 많지만 이들이 전문의가 돼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것이 지원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정부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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