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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날마다 '책 읽어주는 의사'양기화(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병리과 전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양기화 상근평가위원은 다채로운 이력만큼이나 화려한 필력을 자랑한다. 양 위원은 옆에서 이야기하듯 편안한 문체와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직관력을 바탕으로 작년 한 해 동안만 200여편의 리뷰를 썼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필력의 소유자다. 작년 10월부터는 일주일마다 한 번 씩 본지의 '양기화의 Book소리'라는 고정 코너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친 책 서평을 기고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양기화’라는 이름은 리뷰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심평원에서 양 위원을 만나 ‘양기화식 글쓰기’에 대해 들어봤다.

- 그동안 써왔던 리뷰나 칼럼 등을 읽어보면 다양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참 읽기 편하게 글을 쓴다'라는 느낌이 든다. 따로 글쓰기를 배웠나.

“따로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다. 예전에는 번역을 주로 했었다. 번역 특성상 문장이 길어져서 에디터와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 뒤로 문장을 읽기 쉽게 끊어 쓰는 연습을 많이 했다. 특히 문체를 일상 말투로 하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글을 쓰면 우선 아내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살핀다. 아내가 읽기 어렵다고 하면 다시 읽기 쉽게 수정한다. 이러다보니 글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스승은 독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다보면 입에 착착 감기는 글들이 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식으로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읽다보면 저절로 그런 문체가 자신에게 녹아드는 것 같다.”

- 방대한 양의 리뷰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뷰를 쓰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리뷰에 관심이 있었다. 우연히 집정리를 하다보니 고등학교 때 독후감을 대학노트 분량으로 3권을 쓴 것이 있었다. 의대 재학시절과 전공의 시절 때도 꾸준히 독서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를 만든 2005년 이후다.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개인 메모용으로 A4용지 반장 분량으로 짧게 리뷰를 남기곤 했다. 1년에 30~50편 정도 리뷰를 썼던 것 같다. 리뷰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한 인터넷서점의 블로그를 만들면서다. 작년에만 200편 가량의 리뷰를 썼고 지금까지 500여편 가까운 리뷰를 썼다.”

- 문학, 문화, 의료, 영화, 여행 등 다채로운 주제로 글을 올리고 있는데,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최근 주 관심사는 노화나 죽음 등과 관련된 분야이다. 어떻게 하면 우아하고 품위있게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 또는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떤 고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읽고 정리하고 쓰고 있다. 미국 작가인 테드 C. 피시먼의 ‘회색 쇼크’나  이정옥 작가의 ‘반만 버려도 행복하다’, 영국 작가인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등이 그렇다.”

-현재 ‘눈초’라는 호(號)를 사용하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예전에 남원에서 근무할 때 언론계에 있던 지인이 지어준 필명이다.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매사에 열심히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눈초’가 ‘새로 싹튼 어린 풀’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다. ‘눈’이라는 한자는 初(처음 초)자가 세개 모여서 이뤄진 한자로 알고 있다. 그만큼 초심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 블로그 외에 따로 SNS 활동을 하고 있는가.

“트위터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팔로잉은 459명, 팔로워는 381명이다. 트윗은 700개 정도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보다는 트위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인 간의 소통이 주를 이루는 반면 트위터는 요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특별히 따로 관리는 안한다. 관심있는 분야를 리트윗하거나 생각날 때마다 타임라인에 가볍게 글을 올리는 정도다. 절대 폭트(폭풍트윗.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트윗을 하는 것을 뜻함)는 안한다.”

- ‘양기화’하면 파워블로거로 유명하다. 블로그를 보니 누적 방문객이 600만명을 훌쩍 넘었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도 많을텐데 부담스럽지 않나.

“내 블로그를 찾는 네티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그동안 주로 다루던 분야가 보건의료 정책이다 보니 보건의료 관련 자료만 2만편이상 축적돼있다. 특히 죽음이나 생명윤리 등에 대한 자료를 구하러 오는 네티즌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네티즌들이 몰리는 시즌이 있다. 예를 들어 한 대학에서 안락사와 관련된 리포트를 써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경우 ‘퍼갑니다’라는 리플이 도배를 이룰 정도다. 다른 부류는 글을 읽기 위해 방문하는 독자들이다. ‘조인스닷컴(joinsmsn)’에도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주제가 있으면 홈페이지 메인으로 올린다. 이런 날은 하루에 페이지뷰가 천건을 넘기도 한다. 방문객이 급증한데는 광우병 파동이 컸다. 당시에는 하루 만명 이상이 블로그를 방문했고 이후 몇 달동안 무려 백만명이 방문했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겠다. 지난 2008년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발언을 한 것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맘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맘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광우병 사태를 보면서 팩트가 왜곡된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소신대로 주장했을 뿐이다.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여러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블로그를 방문해 악플을 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내가 다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댓글을 달아도 끝까지 존댓말로 대답하며 상대를 존중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렇게 대응하다 보니 일부 악플러들은 제풀에 지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만일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입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 내가 믿었던 팩트가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심평원 상근평가위원을 하다보면 동료의사들의 시선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10년 전 평가를 도입할 당시 의료행위는 의료인의 교유의 권한인데 이를 평가한다는게 적절하냐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기관이 나서서 평가를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평과 결과를 가지고 가감지급을 하기 때문에 요양기관 스스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차등수가를 통해 병원에 이익이 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평가에 대해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다.”

- 파워블로거,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등 이력이 다채롭다.

“가장 신나게 일했던 기억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있을 때였다. 4년 2개월 정도 근무했었다. 당시 사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독성물질 국가관리사업(KNTP)이었다. 미국의 NTP를 벤치마킹 한 것인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독소물질에 대한 데이터들을 사전에 확보해서 유사시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기획단계에서 준비했던 것이 생약제에 대한 독성자료를 구축해보자는 연구였다. 생약제를 주원료로 하는 한약제의 경우 경험적인 측면에 의존할 뿐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독성이 있는 생약제 리스트를 만들려고 했다. 나름 괜찮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추진했다면 100여개의 생약제에 대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이 국가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 리뷰 외에 따로 집필하는 저서는.

“비밀인데… 실은 10년 이상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눈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정리하려 한다. 그래서 눈물에 관련된 자료를 몇년 째 수집 중이다. 자료를 모으다보니 의학적, 문학적, 예술적, 사회적, 종교적, 역사적으로 눈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 시작했으니 내년쯤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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