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벡사로텐(bexarotene)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 나타나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 플라크(덩어리)를 신속하게 제거한다는 사실이 쥐실험 결과 밝혀졌다.

베타 아밀로이드란 잘못 접힌 단백질(misfolded protein)로 치매환자의 뇌에 덩어리를 형성하면서 서서히 신경세포를 죽인다. 맨 먼저 손상되는 부위가 뇌의 기억중추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수 개리 랜드리스(Gary Landreth) 박사는 희귀암인 피부 T세포 림프종 치료제 바록세텐이 치매 모델쥐의 병리학적 증상과 기억력 손상을 신속하게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AFP통신과 BBC 인터넷판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랜드리스 박사는 젊은 치매 모델쥐에 바록세틴을 투여한 결과 뇌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6시간 안에 25% 줄어 이 상태가 70시간 지속되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플라크가 75%까지 줄었다.

늙은 치매쥐들은 7일 사이에 플라크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은신처를 만들고 미로에서 목표물을 찾아가고 만지면 전기쇼크가 발생하는 곳을 기억하는 등 손상되었던 갖가지 인지기능도 회복되었다.

랜드리스 박사는 쥐실험에서 나타난 벡사로텐의 이 같은 효과가 치매환자에게서도 나타날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현재 준비 중이며 앞으로 한 두 달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기 위한 여러 신약들이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의 연구팀은 앞서 아폴리포단백질E(ApoE)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청소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벡사로텐이 ApoE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해 왔다.

이 번 쥐실험을 통해 벡사로텐이 ApoE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는 레티노이 X수용체(RXR)를 자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랜드리스 박사는 밝혔다.

ApoE 단백질은 4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 중 ApoE4는 오히려 치매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벡사로텐은 미국의 리갠드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으로 1999년 피부와 간을 손상시키는 희귀암인 피부 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지금은 세계적 판권이 에이사이 제약회사로 넘어간 벡사로텐은 유럽, 북미, 남미 26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약은 그동안 안정성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어 임신여성이나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복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부작용은 설사, 현기증, 오심, 피부건조, 수면장애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2월9일자)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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