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방전문병원 설립 법개정 수포로…화상학회 "국가가 당연히 투자해야"

지난해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관련법 제정 추진이 무산된 가운데 최근 들어 대한화상학회를 중심으로 소방전문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을 포함해 총 3만6,010명으로, 이 중 소방업무 과정에서 매년 300명이 넘는 공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공사상자 수는 총 1,6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사상자 가운데  60%가 화재진압, 구조, 구급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특히 화재진압 도중 사고를 당한 공사상자는 전체의 25.6%인 42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순직자 통계에서도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공무원 33명 중 39.3%인 13명이 화재진압 도중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진압 도중 사고를 당한 소방공무원들은 어떻게 치료를 받고 있을까. 현재 국립경찰병원을 비롯해 일부 지자체에 소방전문치료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차원의 소방전문병원은 단 한 곳도 없어 사고를 당한 소방공무원들이 화상 등의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소방전문병원 설립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소방전문병원 설립은 지난 1992년 당시 내무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였다. 설립 추진을 위한 노력 끝에 지난 2002년 소방병원추진위원회가 정식 출범했으나 결실없이 해산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도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지난 2010년 5월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당선되지 못하면서 결국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7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임동규 의원(한나라당)이 소방전문병원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근거 마련을 위한 ‘소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전체회의에서 대안폐기됐다.

당시 임 의원은 “소방공무원들이 업무수행 중 부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소방전문병원이 없어 경찰병원 및 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된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의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전체회의 대안폐기되면서 소방전문병원 설립에 대한 요구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한화상학회를 중심으로 소방전문병원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화상학회 문재환 회장은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은 화상, 질식(흡입화상) 등의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정작 화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국가 차원의 의료기관은 없다”며 “재난․재해에 대응하다 사고를 당한 소방공무원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가 투자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소방공무원의 화상치료를 위한 소방전문병원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화상학회 차원의 논의를 준비 중”이라며 “학회 이사진을 중심으로 토의를 거쳐 정부에 정책적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 현장에서는 소방전문병원 설립추진의 주체가 돼야 할 소방방재청의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의 한 119안전센터 소방공무원은 “사고 및 구급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은 항상 화상을 포함한 외상에 노출돼 있어 소방전문병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어 치료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소방전문병원 설립에 소요되는 재정의 부담으로 정부가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정작 주체가 돼야 할 소방방재청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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