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전문위원실 '약사법 개정안' 검토보고서 중에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약계에서는 일반약의 부작용 우려를 제기하면서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위 전문위원실이 최근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지는 검토보고서 내용 가운데 외국의 의약품 분류 및 비처방의약품 판매 사례를 분석한 내용을 발췌해 게재한다. 발췌된 내용은 검토보서의 원문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명사형 어미로 끝난 서술어만 풀어썼다. <편집자주>


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크게 의사의 처방에 따라 판매되는 처방약과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비처방약으로 구분한다. 비처방약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2분류 체계를 채택한 국가가 있고, 비처방약을 다시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의약품과 약국 외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구분하여 3분류 체계를 채택한 국가가 있는 등 국가마다 다양한 형태의 의약품 분류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처방약은 약국에서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약사에 의해 판매되고 있으나, 비처방약은 각 국가별로 다양한 판매자 자격 제한 방식을 두고 있다. 미국과 같이 비처방약을 일반 소매점을 통해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 비처방약을 안전성 정도에 따라 제1류에서 제3류까지로 분류하여 제2류 및 제3류를 약국이 아닌 곳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지만 반드시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획득한 등록판매자를 통해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 미국

미국은 의약품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를 금지하는 처방의약품(Rx)과 약국 및 약국 외에서 처방전 없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비처방의약품(OTC)으로 구분하는 2분류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비처방의약품의 주요 특징은 ▲편익이 위험을 상회 ▲오용 및 남용 가능성이 낮음 ▲자가진단으로 소비자가 직접 사용 가능 ▲표시사항의 적절한 기재 ▲제품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위하여 보건의료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음 등이다.

다만 일부 오남용 우려가 있는 OTC 의약품에 대해서는 카운터 뒤에서 보관하거나 약사가 고용된 판매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고, 구매자의 신분을 확인하거나 판매기록부를 작성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 영국

영국은 3분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로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조제․판매되는 처방약(Prescription Only Medicine, POM)과 처방은 필요 없으나 약국에서만 판매 가능한 약국약(Pharmacy Medicine, P), 그리고 약국 외에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자유판매품목(General Sale List, GSL)으로 구분한다.

영국의 GSL은 약사가 관리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판매되거나 공급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진통제, 피부연고, 기침약, 소화제, 지사제 등이나, 어린이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로 투여되는 아스피린 등 일부는 자유판매약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있다.

■ 일본

일본은 기본적으로 의약품을 의료용의약품과 일반용의약품으로 2분류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용의약품을 위험 정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제1류는 약국에서 약제사만이 판매할 수 있으나, 제2류 및 제3류는 약제사뿐만 아니라 등록판매자도 약국이 아닌 점포판매나 배치판매 형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2009년 6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일반용의약품(OTC) 판매제도를 개편했다. 일반용의약품 판매방식 개정의 특징은 각 리스크 수준에 맞는 정보 제공 및 상담 체제의 정비, 등록판매자(일반용 의약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문가) 제도 도입, 적절한 정보 제공 및 상담에 응하기 위한 환경의 정비 등이다. 등록판매자는 약사법 개정에 따라 2009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자격이며, 도도부현이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한 후 의약품 판매에 종사할 점포가 소재하는 도도부현에서 판매 종사 등록을 한 자를 말한다.

■ 프랑스

프랑스는 비처방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을 약국 또는 약사에 의해서만 판매하도록 제한되어 있으며, 준 약국(pharapharmacies) 또는 보건센터(health centers)에서 미용, 영양 또는 위생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 보건복지부는 셀프메디케이션(self medication) 측면에서 OTC 시장 개방을 통한 국민의료보험 비용을 감축하고자 2008년 3/4분기 중에 200여개 OTC 품목이 슈퍼와 같은 일반 소매점에서 셀프서비스로 판매하는 것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지 시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독일

독일은 의약품을 안전성 확보 정도 및 판매처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하는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며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처방약(Rezeptpflichtig),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확인된 의약품으로서 처방전은 필요 없으나 반드시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약국약(Apothekenplichtig), 그리고, 약국 이외의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가 가능한 자유판매약(Freiverauflichtig)으로 구분한다.

다만 독일에서의 자유판매약은 차, 천연약초로 제조한 건강보조제, 영양제 등 일부 품목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심야시간 등에 의약품 구입이 가능하도록 행정구역당 매일 2개의 당번약국을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독일을 '약국외 판매 비허용국'(의약품정책연구소, 2009)으로 분류하는 의견도 있다.

첫째, 독일 약사법 제44조는 원칙적으로 모든 의약품을 약국에서 판매하도록 정하고 있으며,‘일부 치료적 효능이 있는 상품으로서 질병, 상해, 통증의 치료 또는 경감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예외적으로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한다.

둘째, 약국 비처방의약품 규정에 고시된 자유판매의약품은 천연물질제제, 비타민 무기질 제제로 구성되어 있어서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관련 논의의 대상이 되는 무기 및 유기 의약품 관점에서는 실질적으로 약국외 판매가 비허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독일의 drug store는 의약품이 아닌 미용용품, 욕실용품, 세정제 등을 판매하는 소형 상점이며, 모든 의약품은 약국에서 취급하고, 일반의약품이라도 약사 및 보조인력이 있는 카운터 안쪽에 진열하여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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