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카메라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카메라를 보유한 세대에서도, 카메라를 잡는 일은 조금 튀는 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소설을 쓰는 작가는 그런 면에서 조용히 얼굴 팔릴 일도 없이 은둔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다큐나 극영화를 하는 감독들은 카메라를 들고 살아야 하니, 어딜 가도 조금은 튄다. 게다가 다큐는 일상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야 하니, 매일 매일의 그 작품 활동이 튀는 일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의사로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훨씬 더 튀고 말았던 것 같다. 지금도 어떤 이들에게 튀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말과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튄다 하더라도, 선택한 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면 망설임 없이 그것을 고수하는 성격인 것 같다. 아마도 눈에 띠는 것이 정말 싫은 은둔형이었으면 문제 접근 방식을 다큐멘터리가 아닌 글이나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는 20대 때부터 막연한 꿈이었다. 사회적 발언 역시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두 가지를 접목한 결과가 바로 다큐멘터리였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하얀 정글 마케팅에도 십분 ‘카메라를 든 의사’라는 문구가 활용되었다. 비록 영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와 의사라는 보기 드문 조합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누이 많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능력으로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저, 카메라가 익숙했고, 영화라는 포맷을 좋아했을 뿐이다. 또, 이미 만들어진 포석에 디지털 편집 기술만 더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기대가 있다면 새로운 시도가 미래의 더 많은 가능성을 낳을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의사와 카메라의 조합이 나중에는 의사와 마이크, 의사와 웹툰, 의사와 음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반대로 의사도 이런 걸 했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라고 물으며 다양한 사회 직종과 사회 계층의 자발적 기록 영화 제작이 이루어진다면, 그것 역시 사회의 일진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수많은 개척자들이 있다. 의사와 카메라라는 조합에서 나 역시 작은 개척지를 발굴해 놓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의사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조합을 창조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게 자신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길 희망하면서. 또한 새로운 개척지가 어쨌건 사람들의 잠재력을 더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세상에 독특한 맛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카메라를 들든, 편집기를 들든,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도구가 있다면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풍덩 뛰어드는 모험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렇게 개개인들이 독특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더 신명나는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송윤희는?

2001년 독립영화워크숍 34기 수료2004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사2008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2009년 산업의학과 전문의2011년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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