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선택의원제(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가 시행되면 고혈압 및 당뇨병환자의 치료 성과가 우수한 동네의원들은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된다.이럴 경우 사실상 올해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지불제(Pay for Peformance, P4P)가 도입되는 셈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동네의원 이용 만성질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강화계획(안)'을 의결했다.건정심을 통과한 선택의원제 시행안에 따르면 고혈압 및 당뇨병환자가 의료기관(동네의원)의 지속적 이용 의사를 표명하면, 다음 진료부터 진찰료를 10%(30%->20%) 감면받게 된다.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도 양질의 환자관리 여부를 평가해 인센티브(약 350억원 소요 추정)를 지급 받는다.

복지부는 선택의원제 시행을 기점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물론 전체 병의원의  성과지불제가 지속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선택의원제의 인센티브 도입은 1차의료기관 성과지불제의 출발선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는 성과지불제 확대 방향이 의료의 질과 비용효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측면에서 심평원의 고혈압 및 당뇨병 적정성 평가지표를 선택의원제 인센티브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환자에게 우수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결과가 양호하지 못한 의료기관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선택의원제 시행에 따른 성과지불제 도입은 ‘진료의 통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심평원의 고혈압 및 당뇨병 적정성 평가지표를 그대로 선택의원제의 인센티브 기준에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선택의원제 시행안에 따르면 처방일수율 처방지속군 비율 등을 지속관리율 지표로, 동일성분군 중목처방율, 권장되지 않은 병용요법처방율 등을 적정투약율 지표로 정하고 이들 기준에 맞춰 의료기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심평원의 고혈압 및 당뇨병 적정성 평가 지표도 ▲처방 치료 지속성 ▲검사시행률 ▲처방패턴평가의 세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어 복지부의 선택의원제 인센티브 기준안과 기본 골격이 유사하다.

작년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최로 열린 ‘가감지급·성과지불제 확대방안 심포지엄’ 모습.

문제는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지표 중에는 우수 의료기관을 잘못 선정할 수 있는 오류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률 보험이사는 고혈압 적정성 평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처방평가지표(적정투약율지표)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지표로 혈압강하제 4성분군 이상 처방비율과 이뇨제투여율(2가지 이상 약제사용 시)을 꼽았다.

김 이사는 “심한 고혈압인 경우(특히 저항성 고혈압) 적극적으로 혈압을 목표혈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가지 이상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고, 이뇨제 병용투여는 당뇨 및 이상지질혈증의 부작용이나 타 약제와의 병합에 있어 혈압강하 효과가 낮은 점이 선행연구에서 확인됐다”며 “결국 두 지표는 환자의 상태가 더 중증인 경우 오히려 평가지표가 나빠지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가지 지표를 적용해 우수 의료기관을 선정할 경우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등과 같이 단순 고혈압을 보는 의원보다 중증고혈압을 보는 내과의원이나 종합 및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지표가 모두 나쁘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 적정성 평가 지표에서는 혈당강하제의 4성분군 이상 처방률과 미량알부민뇨 등 검사시행률을 수정해야할 항목으로 지목했다.

김 이사는 “당뇨병의 병세가 심해서 적극적으로 혈당을 목표수치로 낮추기 위해서는 4가지 이상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지표는 환자의 상태가 더 중증인 경우 오히려 평가지표가 나빠지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량알부민뇨 검사 시행률은 그간 검사 시행율이 미비하므로, 당뇨병 적정성평가 시행 첫해인 2011년 자료로 미량알부민뇨 검사의 시행률을 측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첫해는 소변 단백뇨 검사의 시행률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택의원제 인센티브 기준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인센티브 기준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2월 중에 진행할 것”이라며 “심평원 지표를 보완하되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지불제를 확산시키려는 복지부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적용하고 있는 가감지급사업의 항목 및 대상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심평원 적정성 평가 지표를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라며 “다만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확대 제공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평원 박정연 업무상임이사도 작년 12월 열린 ‘가감지급·성과지불제 확대방안 심포지엄’서 "2012년부터 급성기 뇌졸중과 수술예방적항생제사용 등의 항목 확대는 물론 대상 기관도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원급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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