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남(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의사들은 늘 고민이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과연 그 환자를 완벽히 치료한 것인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의 마음을 치료할 방법은 없는지, 마음의 고통은 질병의 완치와 함께 사라지는 것인지.이런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최근 의학계에선 환자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치료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의학에 예술과 문학이라는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시켜 질병 치료와 함께 환자가 입은 마음의 상처마저 보듬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환자들이 사진을 매개로 저와 공감하고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사진을 보고 환자들이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작업이 바로 환자와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황성남 교수는 1985년 용산병원을 시작으로 27년째 중앙대병원 신경외과에 몸담고 있는 의사이자 개인 사진전 ‘바람이 부르는 곳’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다.황 교수의 작품 주제는 자연이다. 그 중에서도 나무가 많이 등장한다. 그의 연구실 책상 위 벽면에도 나무 사진이 걸려있다.“중학생이던 1960년대 초 직접 만든 핀홀카메라로 찍은 작품들은 모두 희미하고 흔들렸지만 자연 풍경을 찍을 수 있었기에 기뻤죠. 나무를 주로 찍는 이유는 항상 그 자리에 꿋꿋이 서있기 때문입니다”의사로서 그의 소망도 투영돼 있다.   “신경외과의 특성상 환자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수술이 많습니다. 환자를 살리면 좋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죠. 환자들이 그 자리에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에 나무를 주로 찍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황 교수는 성능 좋은 디지털 카메라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신경외과 수술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잘못된 판단, 조그마한 실수 하나에도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필름 카메라에 매달리는 이유도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중하게 대상을 고르고 프레이밍해 사진가의 영혼이 담긴 사진을 촬영하는 일은 신경외과 수술과 동일한 부분이 있습니다”그는 자신이 찍은 대부분의 작품을 중앙대병원에 기증했다. 환자들이 사진을 보고 무엇인가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병원 곳곳에 제가 기증한 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환자들이 제 사진을 보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의사와 환자간 소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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