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전문과목을 숨긴 채 개원하는 이른바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의 수가 전체의 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 몰려 있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문과목미표시 의원은 2009년 4/4분기 4,835개소에서 2010년 4/4분기 4,954개소, 그리고 2011년 4/4분기 5,090개소로 최근 2년 동안 255개소가 늘었다.

2011년 4/4분기 현재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총 2만7.837개소 가운데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총 5,090개소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 자료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시기 전국 시도별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현황을 보면 서울이 1,448개소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도 가 1,090개소로 수도권에만 2,538개소로 전체의 절반 정도가 분포했다.

다음으로 부산 340개소, 인천 289개소, 경남 283개소, 경북 231개소, 전남 223개소, 충남 195개소, 대구 194개소 등의 순이었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각 구별로 분포 현황을 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각 구별로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수는 강남구가 289개소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서초구 102개소, 송파구 81개소 , 관악구 60개소, 영등포구 59개소. 동작구 56개소, 노원구 54개소, 강북구와 광진구가 각각 52개소, 중구 51개소 등의 순이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수는 총 472개소로, 서울시 전체(1,448개소)의 32%가, 국내 전체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의 9%가 몰려 있었다.

이렇듯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 해마다 증가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산부인과와 외과, 가정의학과 등 특정과의 경우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등으로 고유 영역만으론 경영이 힘들어 전문과목을 포기한 채 일반의원으로 개원해 감기나 피부미용, 비만 등 환자유치가 수월한 분야나 비급여 진료 등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경우가 많다.

▲ 자료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의 대표자 자격종별로  가정의학과(1,594명), 외과(1,035명), 산부인과(592명) 등 3개과가 3,221명으로 전체(4,954개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산부인과는 저출산과 의료분쟁 위험 부담, 낮은 분만수가 등으로 인해 전문과목을 포기한 채 일반과로 개원해 비만클리닉, 피부미용 등의 비급여 진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제는 간단한 골절이나 맹장수술마저 외과의원보다 대형병원이나 전문병원을 찾는 현실 때문에 외과계열 환자만을 진료해서는 먹고 살수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어쩔 수 없이 메스를 내려놓고 외과 간판 대신 ‘00의원’이란 명칭으로 개원해 감기환자나 피부미용, 혹은 성형수술 환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란 것이 외과개원가의 설명이다.

여기에 감기와 같은 경증환자들까지 가릴 것이 없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전문과목 의원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결국, 해마다 배출되는 3,000여명이 넘는 전문의 가운데 상당수는 힘들게 획득한 전문의 자격을 내세울 겨를도 없이 '전문과목을 숨긴 채' 일반의원으로 개원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말 그 많은 전문의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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