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무상의료정책포럼 대표, 무상의료국민연대 공동대표)
지난해 무상급식이 화두로 떠올라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다면 올해에는 무상의료가 핵심 정책 아젠다로 부상할 전망이다.무상의료는 지난해 1월 민주당이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부담률을 90%까지 높여 의료비본인부담을 10%까지 줄이고, 병원비 본인부담상한액을 최고 100만원으로 낮추는 등 사실상 무상의료에 가까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무상의료를 주장해 오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에 대해 환영을 표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과 이슈는 무상급식으로 모아졌고, 무상의료는 추가적인 탄력을 받지 못한 채 2011년을 마감했다.오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던 무상의료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그동안 부족했던 무상의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로 모두 14차례에 걸쳐 ‘무상의료 정책포럼’을 열었고, 무상의료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의 연대기구인 무상의료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경애 대표를 만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무상의료 아젠다가 어떻게 부각될 것인지 들어봤다.-무상의료란 개념이 뚜렷하지 않다.“무상의료는 단순히 공짜라는 개념이 아니다.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치료받을 권리를 가져야 하며 아파서 치료를 받을 시점에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무상의료의 핵심 포인트다. 무상의료는 건강을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 보장하자는 보건의료 개혁 방향이자, 보건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전반이 불평등을 해소하며 건강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방향이다. -왜 무상의료가 필요한가.“건강보험 보장성이 올라가도 사회 양극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노인 중 3명 중 1명이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 문제다.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환자가 내야할 본인부담금을 못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못 받는 것은 분명 인권침해라 할 수 있다. 또한 약 200만명이 건보료를 못 내고 있으며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병을 키우고 있다. 어렸을 때 제때 치료를 못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나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 받는 경우가 대물림되고 있으며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체계가 환자를 위한 것임에도 돈이 있어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건보 보장성을 확대하면 되지 않나.“건보 보장성 확대만으로는 무상의료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현재 암 보장률이 95%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무상의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부담금이 5%지만 비급여 부문을 포함하면 수천만원이 소요된다.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다. 본인부담금을 0%로 내려도 비급여 부문이 남아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무상의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무상의료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는 어렵다. 급진적이고 원칙적인 방안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성이 생기거나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의료서비스 이용이 급증하지 않게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하면서 지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해 14차례에 거쳐 무상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고 여기서 입원부터 무상의료를 실시하자는 단계적 실행 방안을 도출했다. 막연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입원시 무상의료 도입은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를 가지고 올해부터 무상의료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입원부터 무상의료를 도입하자는 주장인데 타당성은.“OECD 국가 중 호주 등 18개 나라가 입원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입원은 급성기로 많이 아플 때 하게 되며 무상의료로 해줘도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유는 의사가 환자의 중증과 급성기를 고려해 입원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의료적 판단’이 작용되며 의사에게 책임이 부여된다. 처음부터 입원·외래·약에 대해 무상의료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 좋겠지만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이에 입원부문부터 도입해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것이다. 입원에 무상의료를 적용해 비급여도 무상으로 포함시키면 국민들이 무상의료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비급여에 대해 정부가 관리를 안 하고 환자들이 엄청난 본인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입원부터 무상의료는 이를 통제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것이다.”"한국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돈 없어서 무상의료 못한다는 것은 본질 흐리는 물타기"-재정 부담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무상의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중 하나로 재정문제를 거론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돈이 없어서 무상의료를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라고 볼 수 있다. 입원할 때 무상의료 도입하면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일부 완화시킬 수 있다. 노인의료비의 증가는 2~3년 후 건보재정의 악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때가면 늦는다. 지금부터 논의에 들어가 무상의료 실천계획을 만들어야 하며 그 단계적 방안의 하나로 우선 입원부문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과잉진료가 없어져 건보재정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의료계는 무상의료에 반대하고 있다.“의료계에서는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을 남겨두기 위해 무상의료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행위별 수가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은 돈 벌이 기관이 아니다. 공익적 역할이 있기 때문에 수익추구 경쟁에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 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무상의료 논의가 탄력을 받아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경우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사항도 반영하고 무상의료로 인한 진료수익 감소를 상쇄시키기 위한 진료수가 개선, 무상의료 재정확보, 필요에 따른 건보료 인상 방안 등에 대해 이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틀을 짜면 될 것이다.”-올해 무상의료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될 것으로 보는가.“지난해 무상급식이 정치권을 휘감았다면 올해에는 무상의료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재정 즉 돈 만 있으면 되는데 무상의료는 의료체계를 바꿔야 하기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 당에서 무상의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총선과 대선을 맞아 정치권에서 무상의료에 대한 관심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지금까지는 건보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운동을 진행해 왔지만 무상의료 실현에 중점을 둘 방침으로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갈 것이다. 즉, 무상의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1순위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대해 무상의료를 실시토록 요구할 계획이다. 무상의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하면 선거공약에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필요로 한 정책을 제안하고 그 수준이 타당하다면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채택할 것이며 그렇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세부실천 방안이 다르더라도 여야 구분 없이 무상의료라는 큰 틀에 동의하고 관심이 많아지면 총선이 끝나고 국회가 구성되면 무상의료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이 개시될 것이다. 국회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를 포함한 무상의료 추진기획단이 만들어져 논의를 통해 세부시행방안을 만들면 무상의료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무상의료에 대한 비판도 좋다. 수면아래에서 잠자기 보다는 수면위로 끌어올려져 치열한 찬·반 논쟁을 통해 이슈화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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