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오는 4월부터 49개 심혈관계 약제에 대해 식약청 허가사항 전산심사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심평원은 고혈압 치료제 가운데 식약청의 허가사항을 초과해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에 처방되는 사례를 원천적으로 가려낼 방침이다. 심평원이 공개한 약제 허가사항을 초과해 청구한 사례를 보면  ▲Moexipril HCI제제 ▲Enalapril maleate제제 ▲Irbesartan제제 ▲Fimasartan potassium trihydrate제제 ▲Captopril제제 ▲Hydrochlorothiazide/Moexipril HCI(25mg/15mg)제제 ▲Hydrochlorothiazide/Irbesartan(12.5mg/300mg)제제 ▲Eprosartan mesylate(as Eprosartan 600mg)/Hydrochlorothiazide 제제 등 고혈압 제제가 대부분이었다.

이 제제들의 식약청 허가사항은 고혈압 치료제지만 그동안 병의원에서 당뇨, 고지혈증, 협심증, 고립성 단백뇨,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 등에 처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심사기획실 전산심사개발부 김정기 차장은 “심혈관계 약제를 우선 전산심사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약제비 중 심혈관계 약제비의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며 “나머지 심혈관계 약제들에 대한 전산심사도 올해안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심혈관계 약제들의 전산심사가 끝나는대로 나머지 전체 의약품에 대한 전산심사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약제 허가사항에 대한 전산심사가 의사의 소신진료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의학적 검토를 통해 허가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이원표 회장은 “의약품을 원래의 허가 용도와는 다르게 처방하는 이른바 ‘오프라벨(Off-Label)’ 약들이 많은데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반드시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의학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에서 허가사항에 병명을 누락한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오프라벨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과 임의비급여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실제로 ‘보톡스’의 식약청 허가사항은 안검경련 치료 용도지만 주름과 사각턱 교정 등의 성형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위궤양 진통제인 ‘싸이토텍’은 자궁 수축 효과가 있어 분만유도제로 처방돼 산모들이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부작용뿐만 아니라 오프라벨 처방을 통한 적절한 치료도 가능한만큼 이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심혈관계 약제 중 ACEIs 및 ARBs 계열의 일부 약제들은 고혈압 외에도 신장 합병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다만 식약청의 허가사항이 아니라 처방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산심사 자체가 걱정이 아니다”라며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오프라벨 의약품에 한해서는 식약청 차원에서 허가 및 심사기준에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심평원 약제관리실 권아영 차장은 “오프라벨 의약품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을 통해 식약청의 승인을 받으면 요양기관에서 비급여로 처방이 가능하다”며 “다만 규모가 작은 의원급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청은 실레 임상현장에서 오프라벨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필요한 오프라벨 의약품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보험급여 관리상 인정된 오프라벨 사례가 약 1,300여건 넘는 수준이며, 항암제 요법 관련 사례도 1,000건 넘는 사례가 확인됐다.오프라벨 의약품 관리를 위해 식약청은 지난해부터 안전성․유효성 평가시 허가된 효능․효과는 아니지만 의료현장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오프라벨 의약품에 대한 평가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다.

식약청은 우선적으로 신경계 감각기관용, 기관계용, 대사성, 항병원 생물성, 임부사용 의약품 등 5개 카테고리 1,335건의 허가초과 사용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조사․연구를 거친 후, 소아에게 사용되는 허가초과 의약품을 7개 카테고리로 구분해 임상연구를 2013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에는 심혈관계 오프라벨 의약품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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