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도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이른바 '플라세보 효과(위약 효과)'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고 다양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저널은 최근 연구 사례를 통해 볼 때 신체나 건강에 대한 특정한 사고방식 혹은 믿음이 병의 증상은 물론 식욕, 뇌 화학물질, 시력 등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이는 기본적으로 심신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저널은 가짜 약이라는 것을 알고도 위약효과가 나온 사례를 전하면서 환자가 가짜 약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2007년 심리과학 학술지에는 호텔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다이어트 연구가 있었다. 연구는 같은 일에 종사하는 종업원 중 한 그룹은 "운동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반면 다른 그룹은 이런 말을 듣지 못했다.

4주 후 운동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종업원들은 실제로 체중, 혈압, 지방이 눈에 띄게 줄었으나 그렇지 않은 그룹의 종업원들은 몸무게의 변화가 없었다. 이들 그룹 모두 신체적 활동이나 식이요법의 변화는 없었다.

비슷한 사례로 작년 건강 심리학 저널에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식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며 식욕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수치를 측정했다.

그렐린은 식사를 시작할 때 위에서 혈관으로 분비돼 식욕과 음식섭취를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신체에 영양소가 필요하다면 수치가 오르고 충분한 열량을 섭취했다면 반대로 떨어진다.

연구결과 그렐린 수치는 실제 섭취한 열량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는 열량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나왔다. 만약 밀크셰이크 한 잔이 620kcal라고 들은 사람의 그렐린 수치는 120kcal라고 들은 사람에 비해 훨씬 많이 떨어진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예일대 대학원생 알리아 크럼 씨는 연구결과가 다이어트 음식이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심리학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어트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당신의 신체에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위약은 여러 사례에서 큰 효과를 보였다.

2001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위약치료를 통해 개선된 파킨슨병 증상의 정도가 약물치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위약이 뇌가 파킨슨병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을 많이 분비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위약을 먹은 여성의 출산율도 개선됐는데 이는 여성이 위약 덕택에 스트레스를 덜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앓는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6개월 동안 위약을 먹은 33명 중 5명(15%)이 임신했지만, 실제 약을 먹은 여성 32명 중에는 7명(22%)이 임신해 그 그룹 간 임신율의 차이가 7%포인트에 불과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위약을 먹은 여성이 임신하는 비율이 40%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하버드대학교의 위약 연구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테드 캅처크 박사와 그의 동료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위약임을 사전에 알려줘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환자 80명 중 위약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처방받은 약이 약리적으로 비활성이고 '심신 자가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한다는 점을 설명받았다.

당시 환자들은 위약효과는 믿지 않아도 되지만 반드시 약은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3주 이후 위약을 먹은 환자들 사이에서는 안도감을 느낀다거나 병증이 매우 개선됐다는 환자가 있었으며 일부는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약이라는 점을 알고도 효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캅처크 박사는 환자들이 긍정적인 환경에 길들게 됐고, 매일 (위)약을 먹는 습관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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