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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MB정부 의료정책 방향성 불분명…60점 수준"

윤석준(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올 해로 집권 5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 2008년 출범 이후 현 정부는 보건의료를 복지에서 산업으로 재해석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병원) 허용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정책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적자 위기를 경제 논리 안에서 공론화시키는 작업도 지속했다.MB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결과 없이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론도 강한 반면 기틀을 마련했다는 옹호론도 일부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의 새 패러다임으로 ‘무상의료’가 급부상하면서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의사로서는 유일하게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고려대 윤석준 교수(보건대학원)를 만나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들어봤다.

- MB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현 정부 초기에 기획했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제도의 유연성을 같이 가져가는 부분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을 당시,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한쪽으로 치우쳐진 보건의료정책의 균형추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성은 불분명했고, 정부의 리더십도 부족했다. 다만 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을 화두로 던지고 논쟁을 가속화시키는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 문제는 그 논쟁을 잘 정리된 방향으로 수습하지 못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기게 된 점이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60점을 주겠다."

-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정부는 균형추를 맞출 보건의료정책을 동시에 제시했어야 했다.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논의하겠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저소득층 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단편적인 과제만 던지다보니 오히려 관심있는 사람들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민에게 영리병원 허용으로 인해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잘 설득하려면 공공의료 강화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양측 누구도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보건의료정책의 흐름이 멈춰 버린 느낌이다."

- 새 보건의료 패러다임으로 무상의료가 뜨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최근 출간한 ‘복지논쟁시대의 보건의료정책’의 목차를 보면 첫 순서가 ‘무상의료 논쟁’이다. 책을 쓰면서 적어도 무상의료를 두고는 ‘애정남’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상의료, 말은 좋아 보이지만 자칫 국민들에게 보건의료 분야의 비용의식을 망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 우리 보건의료제도는 다분히 비용소모적이다. 그나마 의료서비스 등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도는 떨어진다. 중증질환으로 급작스러운 수술 또는 오랜 간병서비스를 받으면서 본인부담이 급증해야 체감할 정도다. 그런데 무상의료로 인해 국민들의 비용의식이 무너지면 재정을 감당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 요구할 수 있다. 무상의료는 그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엔 무상의료 이슈화에 정치적인 세력도 가세했다. 이들 모두는 무상의료라는 책임질 수 없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거다. 다만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은 보험료 수입을 높여 적정보상을 꾀하자는 것으로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물론 국민이 감당해야 할 보험료 금액과 그에 따른 보장률에 대해 정확성을 기하는 논의는 필요하다."  

- 무상의료가 아니라면 무엇이 대안인가.

"적어도 향후 20년 안에는 적정진료와 적정보장 체제로 보건의료제도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적정의료는 생산적인 아젠다일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 건강보험 제도의 비용소모적인 부분을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우리나라 보장성 수준은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에 비해 비용 부담 대비 결코 낮지 않다. 결국 현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도 적정의료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적정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이 있나.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1차예방으로는 건강증진 시민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2차예방은 현재 진행 중인 선택의원제(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를 좀 더 큰 그림에서 보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3차예방은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 및 평가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건강소외집단들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선택진료제와 간병서비스를 급여권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 건강증진 시민운동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나라처럼 문지기(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의료체계가 빈약하면서 의료접근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건강증진 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국민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엑스퍼트 페이션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관 중심이 아닌 만성질환자 중심의 제도설계(정책명 : Expert Patient Program)가 현실적이다. 다만 건강증진을 시민운동으로 촉발시키는 계기는 정부(보건소)가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건강 위험 요인을 즐겁게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주변 시민들에게 운동의 취지을 알리고 동참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풀뿌리 건강증진운동이 확산돼야 한다."

- 적정의료의 측면에서 현 건강보험제도와 공공의료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가.

"지금까지 건강보험제도의 개선 방향으로 총액계약제 등의 지불제도나 주치의제도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이들 제도는  국내 의료공급체계로는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소득층에게는 별도의 의료안전망기금을 만들어 지원하고,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 공공의료시스템은 거버넌스가 매우 취약하고, 상당 부분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허점이 존재한다. 이에 국민과 공공의료기관 간에는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하고자 하는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 영역에 포함시키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비영리 민간병원들이 충분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갖추고 공공의료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정부는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차기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수행에 있어서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음 정부는 보건의료제도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노력을 유연하게 하는데 주목해야 한다. 건강증진운동처럼 스토리를 담은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전문가 그룹이든 정부든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성을 하나로 잡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그와 병행해 제도 개선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통시적인 차원에서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단편적으로 던지는 개선안은 논란만 초래할 뿐이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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