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마다 분기별로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과 주사제 처방률, 처방건당 약품목수 등의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 ‘2011년 상반기 약제급여적정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심평원 발표에 따르면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3.04%에서 지속적으로 감속해 처음으로 40%대(49.32%)로 떨어졌다. 그런데 심평원의 발표 내용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다름 아닌 OECD와의 직접적 비교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을 언급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OECD와의 비교 수치다.

정부는 OECD국가들의 항생제 처방률을 제시하며 국내 의료기관의 높은 항생제 처방률을 지적해왔다. 지난해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DDD로 벨기에와 함께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OECD국가들의 항생제 처방률과 국내 처방률을 통계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OECD 헬스데이터의 항생제 처방률 수집경로는 주로 각 국가들의 연구논문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수조사를 하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전수조사가 가능하다.

이러한 각 국가별 의료시스템 등의 변수를 감안할 OECD 통계를 기준으로 국내 항생제 처방률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것은 올바른 비교 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심평원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심평원 급여평가실 관계자는 “OECD의 통계는 전국민과 요양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집계는 아니다”라며 “OECD통계가 국내와의 절대적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심평원이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면서 OECD국가와의 수치 비교를 배제한 것은 의료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항생제 처방율 공개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국내 항생제 처방율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안보다 몇배 높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나 실제 확인한 결과 WHO의 권장안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특히 항생제 처방율은 국가간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하며 국가간 항생제 처방률 수치 비교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심평원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OECD국가들의 항생제 처방률을 인용해 국내 의료기관과 비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의협 한동석 공보이사는 “만일 심평원이 의료계의 지적을 염두에 두고 OECD통계를 인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의협 등의 주장이 반영돼 개선된 것”이라며 “의료 통계는 행정적․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될 뿐 아니라 적절한 진료와 처방을 위해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2011년 상반기 약제급여적정성평가’를 공개하면 의원별 처방건당 약품목수 항목에서 ‘IMS헬스코리아’의 자료를 인용해 호주,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영국 등의 통계를 참고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나 IMS헬스코리아의 통계를 객관적 비교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IMS헬스는 해외 120여개국 지사별로 병․의원, 약국, 원외시장 등의 패널의 정보를 수집해 본사에서 통계 및 분석을 수행한다. 

물론 통계의 대표성을 위해 국가별로 의료시장 및 인구 등의 차이에 따라 패널 비율을 달리해 해당 국가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국가의 의료상황 및 진료여건 등의 구체적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국가간 비교를 통계 수치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노인인구의 증가로 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의 처방건당 약품목수는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종합감기약 등 일반 복합제에 대한 급여를 제외시키면서 단일제제 처방에 따른 약품목수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IMS헬스코리아 관계자도 “국가별 의료시장 및 유통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통계수치를 객관적 비교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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