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제약사를 집중적으로 지원,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약가, 세제, 금융,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이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 국내에 하나도 없는 글로벌 수준의 제약사와 신약을 2020년까지 각각 12개, 10개 품목까지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야심찬 목표다.
약 6천억달러(2010년 기준) 규모인 세계 의약품 수출시장에서 현재 0.2%에 불과한 국내 제품의 비중도 2020년께 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면 혁신형 제약 기업에서 탈락,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중소 제약사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일괄적 약가 인하로 매출 자체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다, 리베이트 단속까지 강화돼 영업 환경까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적당히 복제약을 만들어 리베이트로 영업을 해오던 일부 중소 제약사들은 혁신형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혁신형 제약사들이 더 쉽게 덩치를 키우고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M&A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합병시 과세 기준인 양도 손익을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특혜 요건을 완화해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매출 5위권의 한 제약사 관계자는 "상위권 제약사도 약값 인하와 한미 FTA 등으로 경영이 쉽지 않은데, 나머지 제약사들은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라며 "도태되거나 M&A 시장에 나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국내에서도 M&A를 통해 대규모 제약기업이 나와야 중복 투자도 줄이고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꿔 수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약가인하 조치 등에 비해 정부의 지원책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이에 따라 구조조정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약 기업도 자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20위권 제약사의 한 임원도 "정부 정책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지원 수준이 약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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