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천억 당기흑자…암환자 급여비 증가율은 마이너스 기록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6.000억원이 넘는 당기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암 환자의 보험급여비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의 무리한 재정절감 정책이 암과 같은 중증질환자의 보장성을 대폭 위축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건강보험 재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건강보험 총수입은 37조9,774억원에 총지출 37조 3,766억원으로 6,008억원의 당기흑자를 기록했으며, 누적수지도 1조5,600억원으로 늘어났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가입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이 줄면서 급여비 지출 증가율이 하락한 가운데 대형병원 중심으로 감소폭이 컸다. 

복지부는 대형병원의 경우 5년 암 산정특례 적용 만료 및 영상검사(CT, MRI 등) 수가 인하, 약값 본인부담률 차등화 정책 등으로 급여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암환자의 급여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암 산정특례 환자 등록자 수 증가율은 2010년 16.7%에서 2011년 4.7%로 급격히 떨어졌고, 이들 환자의 보험급여비 증가율도 같은 기간 동안 19.5%에서 -3.9%로 급감했다.

암 환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급여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건보 보장성이 약화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작년 9월 복지부가 산정특례 만료 기간(5년)을 적용하면서 기존에 산정특례 혜택을 받던 암 환자들이 급여권에서 대거 제외되면서 급여비 지출도 대폭 감소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산정특례 만료 적용 당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복지부가 산정특례제의 목적인 암 환자의 가정 경제에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대상자를 축소하고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암 환자의 처지와 의학적 필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 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복지부의 무사안일주의 행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산정특례 축소 반대운동을 펼쳤던 암시민연대 최성철 사무국장은 “산정특례 축소 발표 후 복지부와 가진 면담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산정특례 만료 적용의 목적이 재정절감을 위한 게 절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산정특례 축소가 암환자의 보장성을 크게 후퇴시키고 재정절감에 기여한 꼴이 된 것이다.이와 관련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암 산정특례 만료 적용으로 인해 급여비 증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다만 12월 급여 청구분이 포함돼 있지 않아 그 수치가 정확치 않다. 따라서 산정특례 만료 적용으로 인해 재정절감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데 산정특례 적용 기간은 오히려 축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연간 암 발생자 수는 1999년 10만1,032명에서 2009년 19만2,561명으로 1.9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산정특례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 술 더떠 건강보험공단은 암 환자 산정특례 개선안 연구용역 결과 산정특례 기간을 축소(5년 → 3년)할 경우 연간 1,128억원의 재정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사무국장은  “암환자들이 실제로 부담하고 있는 의료비는 비급여를 포함할 경우 기존에 알려진 수준의 2배 이상”이라며 “산정특례제 유지는 이들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지속가능한 건보재정이라는 경제논리의 틀에 갇혀 보장성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 사무국장은 “산정특례 환자를 제외해 얻는 재정절감액을 초기 암환자에게 지급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틀린 것”이라며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비용을 없애서 재정을 절감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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