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올해 2분기 이후부터 의료급여 부문에 대한 기획현지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복지부의 기획현지조사 예고안에 따르면 2분기 중에 의료급여 입원청구 집중 요양기관 현지조사를, 3분기에는 의료급여일수 상위자 외래진료 다발생 의료급여기관을, 그리고 4분기에는 지자체가 수탁 운영하는 의료급여기관을 대상으로 현지조사가 이뤄진다.

복지부는 “그동안 현지조사 결과 의료급여 장기입원 상위 청구기관들에서 의료급여절차 위반, 의료급여 산정기준 위반 및 의약품 대체·초과 청구 등의 부당청구가 지속적으로 확인되었고,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과다한 의료 이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조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의료급여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관리 부문에만 신경을 쓰고 의료급여비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확보는 뒷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비 지급 규모는 2006년 3조9,388억원에서 2007년 4조2,228억원, 2008년 4조4,735억원, 2009년 4조7,549억원, 2010년 4조9,572억원으로 이 기간 동안 25.9%의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복지부의 의료급여 예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확정된 복지부의 올해 의료급여 예산은 3조9,812억원(지자체 지원 20% 제외)으로 작년의 3조6,718억원보다 8.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08년 의료급여 예산 3조5,161억원에 비해 약 4,651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료급여비 지급 규모는 4조4,735억원에서 4조9,572억원으로 4,837억원이 늘었다. 정부의 의료급여 예산이 의료급여비 지급 증가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과소편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10월 이후부터 의료급여비 지급 지연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작년 말에도 3,000억원이 넘는 의료급여비 지급이 연체돼 수많은 병의원에서 현금유동성이 떨어져 직원들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올해 의료급여 예산을 작년의 3조6,718억원보다 3,094억원 증가한 3조9,812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의료급여비 예산 중 일부는 지난해 지급 연체된 의료급여비를 해소하는 데 앞당겨 집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의료급여 예산은 이보다 더 적은 셈이다. 

결국 올 하반기엔 또다시 의료급여비 늦장 지급 사태가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병원 이용마저 제한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급여비 지연 지급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급여 환자 기피 현상이 나타나 의료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의료급여 예산을 증액하는 것뿐이다.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형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충남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유원섭 교수는 “빈곤층을 위한 의료급여제도 개선에는 예산의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예산 증가 없는 의료급여 수급자 증가는 빈곤층끼리 빈곤을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구 구령화로 노인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급여비 증가를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여 관련 예산 증액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2009년 현재 45만9,941명이던 65세 이상 의료급여 수급자는 2030년엔 106만2,964명으로 추계된다”며 “의료급여 진료비도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의료급여 예산의 일부를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마저 악화돼 현재 의료급여의 80%를 구성하는 국고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경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정백근 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취약계층을 배려하지 못한 정부의 보수적 예산편성”이라며 “재정추계조차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으로 인해 의료급여 대상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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