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회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입법 취지는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의료인 1인 1 의료기관 개설 원칙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고,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함(의료법 제4조 제2항 및 제33조 제8항)'이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자격정지로 의사면허정지 3개월 처분이 가능하다. 더욱이 의료법 위반 개설 또는 운영행위자가 해당 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나 국민건강보험급여 비용을 청구하게 되면, 부당청구에 해당되어 청구한 금액에 대한 환수와 더불어 5배의 과징금이나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 법은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정부가 공포한 후 6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기존에 2개 이상 사실상 병원을 운영하였다면 위 법규정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처분하여 1개만 운영하여야 한다. 경과조치가 없기 때문에 구제가 없다.

이 법에 대해 찬반이 있겠지만 필자는 반대쪽 입장이다. 우선 입법취지에 문제가 있다.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한다고 하는데, 의료의 공공성 제고는 국가의 책무로서 국립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병원 등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공기관이나 공무원도 아닌 의료인에게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 자체와 목적을 실현하는 제도로서의 법률규정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더 나아가 1인이 1곳만 개설해야 공공성이 제고되고, 2곳 이상 개설하면 공공성을 해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고 본다.

다음으로 입법동기에 관한 문제이다. 치과계와 특정 치과네트워크가 이번 입법의 동기가 되었다고들 한다. 입법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위 법으로 십여 년간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진 의료기관 운영형태가 모두 공멸하게 되었다. 법 이론 중에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처분적 법률 금지이론이 있다. 특정인과 동명이인이거나 유사한 이름을 쓰는 사람까지 모두 처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 과거 회귀적 단정적 입법이어서 헌법이론에서는 좋아하지 아니하는 입법형태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특정 사회복지법인의 행태가 문제라고 하면 이와 관련된 규정을 만들어 모든 사회복지법인을 싸잡아 문제를 삼고(예; 사회복지법인이 교통편의 제공을 하던 관행을 제한하기 위한 환자유인금지 관련 의료법 규정), 사무장병원이 문제라면 이와 관련된 입법을 만드는 식으로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해법만을 내놓는 관행이 있다. 그래서 누더기 입법의 대표적 예가 의료법이다.

또한 이미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일정 부분 허용했던 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이를 입법으로 금지한 점이 문제다.

가장 보수적인 대법원도 이중개설 금지의 위헌성 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가능한 예외적 해석을 하였다. 그렇다면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례 취지를 감안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사법부의 판단을 근원적으로 배제하는 형식의 입법을 한 것은 입법만능주의의 극단의 형태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병원 경영형태가 있음에도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문제점이 있다. 형사처벌이 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한 규정이 요구되는데 ‘운영’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향후 복지부나 사법부의 담당자의 개인적 해석 경향에 따라 어떤 것은 죄가 되고 어떤 것은 죄가 안 되는지가 갈리게 되니 규범자인 의료인은 불안하기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 법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문제가 있다. 의료인들이 가장 잘하는 사업은 당연히 의료업이다. 잘되면 또 다른 병원에 투자를 하거나 소유하고 싶어 하는 성향도 있을 수 있다. 의료인들이 의료업을 하는 방법의 다양성을 명목상의 ‘공공성’을 이유로 근원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회 현상과 인간의 본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아니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법에 따르면 기존에 대법원 판례의 취지상 다수의 병원을 가지고 있거나 운영하던 의료인은 병원을 처분하여야 할 것이다. 처분 과정에서 양도양수와 관련된 분쟁이나 과거 환자의 의료사고에 대한 분담 기타 복잡한 법률분쟁이 예상된다. 법이 사회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사법적 판단이 있어 공공연하게 진행되던 사회현상에 관하여 어느 순간 극단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그 효과로 사회적 혼란이 당연히 뒤 따르게 되는 것이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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