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상급식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무상시리즈'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무상급식의 경우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무상급식 도입이 속속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무상의료의 경우 만만찮은 재원부담과 국내 의료공급체계 등을 따져볼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런 가운데 전국보건의료노조와 한국환자단체연합이 ‘무상의료 시대! 한국 의료의 길을 찾는다!’는 기치를 내걸고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총 15회 연속으로 정책 대안마련 워크숍을 시작했다. 양 단체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무상의료 도입의 전제조건인 '공공보건의료체계 확립과 의료공급체계 개편'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본지는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워크숍을 현장 동행하며 과연 국내 의료환경에서 의료소비자와 공급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상의료 도입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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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장기요양병상에 대한 수요는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미비와 관련 예산 부족으로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45만명(11%)에서 2030년 1,269만명(24.3%)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고 2060년엔 1,762만명(40.1%)까지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8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2010년 37만명(0.7%)에서 2060년 448만명(10.2%)로 10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 속도에 맞춰 요양병원의 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요양병원 수는 전국적으로 13개에 불과했으나 2005년 226개, 2010년 884개에 이어 2011년에는 무려 972개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및 예산 부족으로 요양병원의 간병 서비스 질 하락 및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해 12월 29일 대구광역시 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노인요양병원의 현안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의료공급체계 개편 9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가천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임준 교수는 간병비를 급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현재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의 영리추구를 통제할 만한 규제장치가 없다”며 “간병노동이 공식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영역에 포함되지 못해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재원을 환자가 직접 부담하거나 민간의료보험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병비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한달 평균 60여만원에 달하는 간병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간병비를 별도로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는 반면 대전시와 같이 지원을 하지 않는 곳도 있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료보호 1종 대상자조차 간병비 부담 때문에 요양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임 교수는 “간병비와 같이 전문요양시설의 장기요양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병원이 수익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수가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병원에 지급한 급여비는 2009년 1조원, 2010년에는 1조3,000억원이 넘었다.

이에 대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석승환 노인병원인증기준팀장은 “2010년 노인요양비가 전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하긴 했으나 전체 노인인구 의료비 14조원 대비 9.3%에 불과한 액수”라며 “노인의료를 복지까지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석 팀장은 “적은 비용으로 다발성 병리 및 질환을 가진 노인환자에 대해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가를 보상해야 한다”며 “급여적정성 평가와 요양병원인증제도에 적합한 역할을 하고 있는 요양병원에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민간재단 위탁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지목됐다.

대구시립 시지노인전문병원 이상국 노조지부장은 “병원의 체불임금이 12억원에 이를 뿐 아니라 위탁 경영을 맡고 있는 재단의 인사전횡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이 공공병원을 짓는다고 해서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주 시립노인병원의 경우 재단비리 적발로 이사장이 구속돼 현재 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 칠곡노인병원 역시 위탁 운영을 하기로 한 법인의 비리가 밝혀져 위탁 경영을 취소한 바 있다.

이처럼 요양병원의 민간 재단 위탁 운영상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운영주체를 아예 정부나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국 지부장은 “공공병원을 많이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부분”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은 “요양병원은 감시와 통제가 반드시 필요한 구조”라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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