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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역할까지…정부는 구경꾼
▲ 임채민 복지부 장관.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역할은 방기한 채 민간의료기관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공공의료 확충에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예산확보 의지는 사라지고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개정만 이뤄지고 있어 이런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공보건의료법 전부개정안’이 가장 대표적이다.

개정된 공공보건의료법은 국·공립병원으로만 한정됐던 공공의료기관을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해 의료취약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의료를 제공하는 민간의료기관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인정해 지원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복지부장관이 의료서비스 공급이 현저하게 부족한 지역을 의료취약지로 지정하고,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전문진료 분야에는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지정해 각각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정된 공공의료법이 가뜩이나 취약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을 신설하는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을 통해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료 공급체계를 봤을 때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6.1%이고 민간이 93.9%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료취약지에 새로운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거점병원이나 공공전문의료센터를 지정한다는 것은 공공병원 확충을 포기한 상태는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이 개정안이 정부의 미약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민간의료기관에도 배분하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면 취약한 공공의료는 더욱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의 의무 조항을 포괄적 규정에서 구체적인 규정으로 명시하고 수행기관 대상 기준과 관리감독 사항을 법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의료 확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민간병원에 대해 중증외상센터 신규 설치, 외상전담 전문의 양성 지원 등의 계획만 마련했을 뿐이다.건강세상네트워크는 “공공의료법 개정이 의료민영화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의료시장 전반의 경쟁을 부추기게 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민간자본이 주장하는 공공개념을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받아 들여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차원의 책임을 포기하려 한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전체 보험료 예상 수입의 14%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또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보험료 예상 수입의 6%를 지원토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수년간 이러한 국고지원 규정을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올 상반기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간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 약 5조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담배부담금으로 마련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는 꼬박꼬박 건강보험지원이 이뤄져 실제로 국민건강증진이란 본사업비 지출은 빠듯한 실정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국민의료비 재원구성에서 우리나라의 정부부담 규모는 크게 미흡한 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2011 보건의료 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국민의료비 재원구성은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 비율이 44.7%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가계부담(32.4%), 정부부담(13.5%), 민간보험부담(5.2%) 등의 순이었다.

OECD 국가들의 재원부담율은 사회보장부담이 38.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정부부담 35.6%, 가계부담 19.8%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정부부담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의료의 역할 부문에서 ‘손안대고 코풀려는 식’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박사는 "우리나라는 보건의료비 사회보장 부담이 꾸준히 증가한 반면 정부 부담은 극히 낮다"며 "증가하는 의료비를 누군가 부담해야 한다면 이제는 우리 경제 규모에 맞게 정부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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