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3일 쥐 바이러스가 만성피로증후군(CFS)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신빙성을 상실했다고 판단, 관련 논문을 철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사이언스의 브루스 앨버트 편집장은 이 같은 결정을 공지하면서 "논문의 저자들이 얻은 것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실험이 최소 10여 차례 이상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자들이 논문에 수치를 인용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빠뜨렸다고 소개했다.

이로써 이 연구를 둘러싼 2년간의 과학적 논쟁도 거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WP는 전했다.2009년 주디 마이코비츠 박사가 이끈 네바다 대학 화이트모어 피터슨 연구소(WPI) 연구팀은 CFS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험 결과 68명에게서 레트로바이러스(유전물질이 RNA로 구성된 바이러스)의 일종인 친이종쥐백혈병바이러스(XMRV)가 검출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 및 하버드 의학대학원 연구진도 WPI의 연구에 신빙성을 더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FS 원인 규명에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은 WPI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적지 않은 병원들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들이 자주 처방받는 것으로 유명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를 CFS 환자들에게 처방했다.

그러나 WPI팀의 논문은 뒤이어 타 연구팀에 의해 연거푸 부정당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제이 레비 박사팀은 지난 5월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WPI의 연구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화학시약과 세포주를 사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WPI의 연구는 논문의 주 저자인 마이코비츠 박사가 범죄 혐의로 수감되면서 더 심하게 얼룩졌다.

마이코비츠 박사는 지난 9월 지시 불복종을 사유로 WPI에서 해고된 데 이어 연구소에서 랩톱 컴퓨터와 각종 자료를 빼돌렸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법정기록과 변호인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수사기관에서 증거인멸 혐의 등이 인정되면서 지난달 18일 수감됐다가 최근 풀려났다.

현재 CFS 환자들 대부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 적십자사는 아직도 CFS 환자의 헌혈을 금지하고 있고, 국립보건연구소(NIH)는 WPI의 논문을 검증하기 위한 230만 달러(약 26억원) 짜리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이언스의 앨버트 편집장은 "이 모든 것은 과학계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뒤 "과학계는 이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며 NIH가 관련 연구를 계속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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