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꼼수’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복지부는 오늘(23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일반의약품 중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가정상비약에 대해 약국외 판매 의약품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야간이나 공휴일 등의 시간대에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가 허용돼야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복지부가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약국외 판매 의약품 지정 방침은 정책 실효성도 불분명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우선 정책 결정 과정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은 앞서 복지부가 약국의 조제료를 인상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앞서 복지부는 ‘이 빼기 이는 합죽이’ 식의 난센스 퀴즈 같은 약국 수가 개선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시했다.

복지부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대한약사회 주관으로 이루어진 '약국행위료 분류-정의 개발 및 관리체계 연구' 결과를 반영해 약국 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복지부가 마련한 개선방안은 내년부터 의약품관리료를 방문당으로 변경하고, 이를 통해 절감되는 772억원의 재정을 조제료를 인상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이 개선방안은 건정심을 통과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정책 결정으로, 당시 건정심에 참여했던 가입자단체와 일부 공급자단체들이 반대했음에도 복지부가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이다.

복지부의 이런 결정을 두고서 일각에서는 약사회와 모종의 빅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런데 오늘 업무보고에서 느닷없이 약사회와 논의를 통해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보다 먼저 약사회가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어쩐지 수상하다. “약국조제료를 인상해 줄 테니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식으로 복지부와 약사회간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복지부가 내놓은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방안도 영 미덥지 않다. 

복지부 담당자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추진 방안은 ▲약사법 개정이 아닌 장관고시로  ▲대형마트를 제외한 24시간 편의점 등 제한적인 장소에서 ▲현행 분류체계는 건들지 않는 범위에서 가정상비약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사회는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를 유지하면서 안전 사용이 가능한 최소한의 필수 상비약에 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체 저런 조건으로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시행할 경우 국민 불편 해소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의 약품목이 판매될 수 있을지, 또한 의약품 분류체계 자체는 그대로 둔 채 약사법 개정도 아닌 장관고시로 추진하는 정책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복지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맞춰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한 소기의 성과를 보여주기 무리하게 정책 추진을 밀어붙였고, 결국 엉터리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따지지 않은 복지부의 ‘꼼수 정책’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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