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폐암 유전자 변이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 성과를 이용하면 폐암의 진단은 물론 원인 유전자 제어를 통해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소장 서정선)와 ㈜마크로젠[038290](대표 김형태)은 유전적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폐 선암(腺癌) 환자의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와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가 공동 참여했으며, 논문은 이 분야 권위지인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이날 실렸다.

폐암은 세포의 크기에 따라 세포 크기가 작은 소세포암(小細胞癌)과 세포가 작지 않은 비소세포암(非小細胞癌)으로 나뉜다. 또 비소세포암은 다시 세포의 모양에 따라 편평세포암(扁平細胞癌), 선암(腺癌), 대세포암(大細胞癌) 등으로 분류된다.

선암은 암세포가 폐섬유의 선 형태로 진행하는 암을 말하는데 림프절 이외에도 간, 뇌, 뼈, 부신 등에 전이가 잘돼 예후가 좋지 않다. 편평세포암은 흡연과 가장 관계가 깊고, 선암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30대 비흡연자의 폐 선암 조직에서 DNA 및 RNA를 추출한 뒤 유전체 변이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이 결과 정상 폐 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RET 유전자'의 일부분이 'KIF5B 유전자'의 일부분과 융합돼 만들어진 'KIF5B-RET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과발현하거나 활성화돼 폐 선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른 비흡연 폐암환자 2명에서도 이 융합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함으로써 이 융합유전자가 상당수 폐암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전체 폐 선암 가운데 약 6% 정도(전 세계적으로 한해 약 4만명 정도)가 KIF5B-RET 융합유전자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했다.

마크로젠은 KIF5B-RET 융합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폐암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연간 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 관계자는 "폐 선암에서 4%의 빈도로 발생하는 'EML4-ALK 변이'를 타겟으 로 한 치료제(잘코리)가 연간 50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6%(4만명)의 발현 빈도를 보이는 KIF5B-RET 융합유전자 타깃치료제는 이보다 더 많은 매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정선 교수는 "KIF5B-RET 융합유전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일반적인 염색체 검사 대신 차세대 게놈서열 분석을 통해서만 발견이 가능하다"면서 "차세대 게놈서열 분석법을 이용한 암유발 원인 유전자 발굴이 가속화됨에 따라 조만간 새로운 표적 항암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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