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니 흥미롭다기보단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조사 자료였다. 이번 조사결과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연령별로, 혹은 직종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우선 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료 부담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자.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은 사회보험료 가운데 건강보험료 지출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8.4%로 2년 실시한 조사 결과(66.2%)보다 2.2%p가 높아졌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 지역 거주자(68.6%)가 농어촌 거주자(67.2%)보다 약간 더 높았다. 특히 가구의 월평균 소득에 따라서 100만원 미만인 가구(72.7%)가 600만원 이상(62.8%)인 가구보다 약 10%p 가까이 높은 부담감을 보였다. 이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건강보험이 되레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늘려야할 공공시설을 묻는 조사 결과를 보자. 여러 가지 공공시설 항목 중에서 향후 늘려야 할 공공시설로 보건의료시설을 꼽은 응답률은 도시(22.8%)보다 농어촌(28.8%) 쪽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가 16% 이하인 반면 60세 이상은 약 35%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학력별로는 초졸이하가 30.7%인 반면 대졸이상은 19.2%로 10%p 이상 격차를 보였다. 직종에 따라서도 전문관리직은 18.5%인 반면 농어업 종사자는 37.9%로 이 역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가구의 소득에 따라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00만원 미만 가구는 보건의료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32.1%에 달했지만 600만원 이상 가구는 12.1%로 여기서는 3배 가까운 차이가 벌어졌다.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의료시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조사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다음으로 가구의 재정상황이 악화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지출항목을 줄일 것이냐를 묻는 조사결과다. 이 부분이 가장 눈길을 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먼저 줄일 지출항목으로 보건의료비를 꼽은 비율은 전체 평균 7.3%로 외식비(45.3%)나 식료품비(36.5%) 등의 항목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의 건강권과 관련된 지출 항목이란 점에서 단순히 외식비나 식료품비와 비교할 바 아니다.
보건의료비를 줄이겠다는 비율은 도시(6.6%)보다 농어촌(10.4%) 거주자가, 39세 이하 연령층(4% 미만)보다 60세 이상(13% 이상)에서, 대졸이상(4.5%)보다 초졸이하(14.2%)에서, 전문관리직(4.4%)보다 농어업(15.0%) 종사자가 훨씬 높았다. 특히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약 3%)인 가구보다 100만원 미만(13.8%)인 가구에서 4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나. 고령자나 저소득층, 저학력층은 건강보험료에 대한 부담은 크지만 정작 의료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이 더 높다는 것이 아닌가. 사회보장제도로서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닌가.
내년에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란 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뿐이다. 재정상황이 악화되면 의료비 지출부터 줄이겠다는 사람들이 부디 내년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