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당일 동일의사가 검진과정에서 다른 질병에 대해 진료한 경우 건강검진 결과와 연계한 것으로 판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찰료를 불인정했던 것에 대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최근 대법원은 L산부인과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건강검진 후 진찰료 환수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찰료 환수조치가 부당하다고 선고했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건강검진 당일 실시한 진찰에 대해 진찰료를 삭감하거나, 무조건 환수해 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검진과 진찰은 별개의 행위라는 것을 인정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검진 당일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의사가 검진결과에 따른 진료를 행할 경우 건강검진에서의 진찰행위와 진료과정의 연계로 판단되므로 급여비용상의 진찰료는 별도로 산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 보건복지부 고시를 근거로 검진 당일 실시한 진찰료에 대해서는 별도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고시에서 정한 것은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진료행위가 검진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와 연계해 이루어진 진료행위에 국한되는 것으로, 검진 당일 동일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모든 진료에 대해 이 고시를 근거로 진찰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요양기관이 가입자 등의 질병에 대해 행한 진찰은 원칙적으로 요양급여에 해당되므로 진찰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둘째, 요양급여비용 상의 진찰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없는 경우는 검진당일에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의사에 의한 건강검진 과정에서의 진찰내용과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이와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건강검진 당일 진찰료 산정기준에 대한 현행 보건복지부 고시내용은 검사이전에 이루어진 진찰이나 문진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진찰에 대해 진찰료 청구를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찰료 환수처분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감기, 관절염 등으로 진료를 받던 환자가 자신이 다니던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같은 날 기존 진료의 연장선상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 해당 진찰료가 삭감돼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검진 당일 진찰을 하고 싶어도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등 비효율성이 있어 왔던게 사실이다.

현재 건강검진 당일 고혈압, 당뇨 환자를 진료할 경우 50%의 진찰료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진찰료 100%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한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대법원의 판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고시를 확대해석해 과도하게 진찰료 환급을 실시해왔다는 뜻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준용해 무조건적인 환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8명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영유아검진 당일 진찰료 환수조치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이번 소송은 다른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진료행위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던 2007년 진료분에 대한 것으로서 사건의 내용이 유사한 만큼, 이번 판결이 향후 있을 영유아 건강검진 당일 진찰료 환수 집단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진찰료와 통합료 통합으로 인한 불합리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처방료 부활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건보공단은 조속한 시일 내 국민건강보험법 및 시행령, 고시 등에 근거하여 진찰료 환수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복지부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취지를 존중해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시를 잘못 해석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고시개정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1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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