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막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번에 밝혀진 단백질 신호체계를 활용하면 신개념 항암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 교수와 김현경 박사과정생 등이 암을 가장 강력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DNA) 단백질인 p53이 어떤 조건에서 활성화되는지 밝혀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으로 진행됐으며, 논문은 세포연구에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과학학술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분자세포)' 12월9일자 표지로 선정됐다.

논문이 주목받는 것은 유전체(유전자 전체) 분석 결과 단백질 p53이 RORα(알오알 알파)라는 단백질과 함께 작용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됐기 때문이다.

유전자 단백질인 p53은 세포의 사멸을 촉진해 손상된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다. p53이 안정적으로 작용해야 암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생성된 p53은 평소엔 효소에 의해 분해돼 소멸하다가 특정 상황에서만 살아남아 기능을 한다.

백 교수팀은 p53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게 RORα란 단백질이란 사실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p53이 효소 분해되지 않도록 막아 궁극적으로 암 발생을 억제한다.

RORα는 세포가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또 다른 유전자 단백질이다. 단백질 RORα는 인체 세포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때 발현이 두드러진다.

백 교수팀은 "RORα 단백질을 통해 암 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로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세포는 햇빛이나 방사선·독성 화학물질 등에 노출돼 손상된다. 가벼운 손상은 세포가 스스로 복구하지만, 축적되면 문제가 된다.

 이때 손상을 복구하는데 실패한 세포는 유전자의 명령을 받아 자살을 택한다. 세포가 스스로 사멸(apoptosis)하는 것이다. 사멸하지 않은 세포는 돌연변이로 변해 암이나 질병을 일으킨다. 손상된 세포를 사멸시키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백 교수는 "세포가 손상될 때 유전자 단백질 RORα가 증가하고, RORα가 p53의 분해를 막아 안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단백질 RORα의 신호체계를 밝힌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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