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명칼럼
[치매이야기 - 제7화] 최초로 ‘알츠하이머병’ 진단 받은 환자는?양현덕(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Brainwise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의사 알츠하이머의 이름은 병명(알츠하이머병)에 담겨 널리 알려졌지만, 첫 번째 환자사례를 학계에 보고하기 전까지 그는 신경매독 및 혈관성 치매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이 현대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이 장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명명의 기원과 추후 연구의 전개과정을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아우구스테 데테르(Auguste Deter, 1850~1906)=1850년 5월 16일 독일 카셀(Cassel) 지방의 한 노동자 가정에서 아우구스테(Auguste)라는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네 자녀의 아버지는 아우구스테가 아주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집안은 빈한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비교적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불과 열 네 살의 나이에 아우구스테는 보조 재봉사로 일을 시작했다.스물세 살이 되던 해에는 칼 데테르(Karl Deter)와 결혼하고 프랑크푸르트로 이사했다. 남편 칼은 철도회사 직원이었다. 테클라(Thekla)라는 딸이 태어났고,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그러나 결혼 후 28년째 되던 1901년 3월 아우구스테는 남편을 돌연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망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아우구스테는 기억력도 떨어지고, 집안일을 소홀히 하고, 물건을 일부러 감추고, 요리도 엉망진창을 만들었다.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도 지장이 있었다.

불면증을 보이고, 집에서마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침대시트를 끌고 길거리를 마구 돌아다니는가 하면, 한밤 중에 몇 시간씩 소리를 질러댔다.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어 안절부절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소름 끼치는 괴성으로 이웃을 위협하고,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조차 무조건 의심하기 시작했다.

칼은 아우구스테<오른쪽 사진>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기억력 장애, 조증, 불면증, 초조 등의 증상으로 결국 1901년 11월 25일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당시 나이는 51세였다.

알츠하이머가 그녀의 진료를 담당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은 제대로 말했으나 남편의 이름을 물어도 자신의 이름을 댔다. 이름을 써보라고 하자 쓰지 못했다. 연필, 열쇠, 담배 등을 알아보고 그 명칭을 댈 수는 있었으나, 식사 중에 지금 무슨 음식을 먹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돼지고기와 꽃양배추를 먹으면서도 그저 ‘시금치’를 먹고 있다고 했다. 어떤 물건을 보여주고 나서 잠시 후 다시 물어도 무슨 물건을 보았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대답하기 어려울 때는 “말하자면,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렸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저녁이 되면 증상이 확실히 더 심해졌다. 알츠하이머는 초로기 치매(presenile dementia)라는 진단을 내렸다.

아우구스테는 정신병원에 입원 기간 내내 크게 소리지르고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으나, 아주 드물게 제법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처신하기도 했다. 낮에는 진정시킬 목적으로 물을 채워둔 욕조에서 지냈고, 밤에는 보호 목적으로 잠금 장치된 격리실에서 지내야 했다. 어쩌다 격리실을 빠져 나오면 영문 모를 말을 목청껏 외쳐대며 도망 다녔다. “나를 찌르지는 않아요. 나를 찌르지는 않을 거에요.”라고.

알츠하이머는 관찰을 위해 그녀를 계속 병원에 머무르게 했지만 진료비가 너무 비쌌다. 칼은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가능한 자주 아내를 찾아갔다. 그러나 결국 진료비가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겠노라고 병원 측에 수 차례 요구했다. 알츠하이머가 중재에 나서 아우구스테는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되, 사망 후에는 모든 진료기록과 뇌를 알츠하이머에게 맡기기로 했다.

1903년 알츠하이머는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lin, 1856~1926)의 초청으로 하이델베르크를 경유하여 뮌헨 의과대학부속 정신병원으로 옮겨 근무하게 되었다.

그가 떠난 후 아우구스테는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줄곧 뭔가를 중얼거렸으며, 혼자서는 침대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고, 스스로 식사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알츠하이머의 진료기록을 보면 기억이 감퇴하는 과정과 양상이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는 아우구스테의 증상을 ‘진행성 인지장애, 국소 신경학적 증상, 환각, 망상, 그리고 심리적 사회적 무능력 상태’라고 기술했다.

급기야 아우구스테는 인지기능이 모두 소멸된 채 패혈증과 폐렴으로 1906년 4월 8일 숨을 거두었다. 그 때 나이 55세였다. 그녀의 뇌는 진료기록과 함께 뮌헨으로 보내졌다. 알츠하이머는 곧바로 뇌 조직검사에 착수했다. <다음 화에 계속>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포르시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