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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문제 사회적 합의도 없이…수술한 의사만 처벌하면 다 해결된다?산부인과 의사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 수술 포함 강력 반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0월 9일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정부의 초음파 급여화 졸속 추진 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라포르시안] 의료인의 각종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한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 후속조치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세분 기준에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해 시행된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9일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도덕적 진료행위 세부 기준에서 임신중절수술을 제외하지 않고 12개월 행정처분을 강행하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든 임신중절 수술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 1항은 의사가 산모와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김동석 회장은 "복지부가 의사협회와 협의도 거치지 않고 임의로 비도덕적 진료행위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고 한다"면서 "이는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를 처벌하기에 앞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회장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좋아할 산부인과 의사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일각에서는 돈벌이 때문에 한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주 이후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무뇌아도 수술하면 안 된다. 강간은 가능한데, 강간당했다는 증명을 받아야 한다. 이런 입법 미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선제 산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이동욱 위원장도 "우리의 지적은 진단과 처방의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다. 낙태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해결책과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며 "합의도 안 되고 해결책도 없는데 처벌하겠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회장은 "만약 입법 미비를 해결하지 않고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처분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중지하고 자체정화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확실하게 단 한 명의 산부인과 의사도 중절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모자보건법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직선세 산의회 박복환 법제이사는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허용 문제를 다뤘는데, 4대4로 의견이 팽팽했다. 4명의 재판관이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법이 위헌이라고 한 것"이라며 "당시 위헌 의견을 보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 생명보다 더 중요하며, 사회경제적인 이유 등도 낙태 허용 이유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법제이사는 "낙태 문제는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해결된다. 그러나 법을 고치려면 개별 사안을 통해 위헌 결정을 받아야 한다"며 "위헌소송을 시도하는 회원이 있다면 의사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월 1일부터 시작된 임산부 산전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철회도 요구했다.

김동석 회장은 "산모들은 초음파가 급여화되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바우처 카드가 있기 때문에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산부인과에 와서 진찰하는데 드는 비용보다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 등에서 쓰는 비용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산부인과 의사들을 길들이기 위해 초음파를 급여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초음파 급여화에 대해 산모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복지부가 산부인과의사회와 학회 등을 불러 회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도플러는 하면 안 되니 자제해라. 쌍태아 수가도 200%에서 150%로 낮추겠다'고 하더라"면서 "급여화 정책을 시행하자마자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음파 수가와 관련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정부에서는 관행수가를 인정해줬다고 홍보하는데, 덩핌가격으로 떨어진 관행수가를 주더라도 병원은 손해"라며 "언론은 마치 산부인과가 급여화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에게 실익이 오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진정으로 산모를 위한다면 피부로 느끼지도 못하는 초음파 급여화보다는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 말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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