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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커졌는데…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형’이란 착각15년간 실손의보 따른 의료비 지출 15배 늘어…실가입자 수는 건강보험보다 더 많아

[라포르시안] 실손의료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그만큼 가입자 수가 많다는 의미다.

점점 가입자가 늘고 보험료 규모가 커지면서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서비스 영역을 보장하는 공보험의 '보충형 민간의료보험' 역할론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런데 실가입자 수로만 따지면 국민건강보험보다 오히려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 수가 더 많다. 경상의료비 중 민간재원에서 실손의료보험 지출 규모가 지난 15년 간 무려 15배나 증가했다.이대로 가면 어느 쪽이 국민건강보험이고, 어느 쪽이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5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인구는 총 5,049만명에 달한다.

2015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를 직장과 지역으로 구분해서 보면 직장가입자는 총 1,576만명이고, 직장가입자는 총 1,426만5,000명이다. 직장과 지역가입자를 합하면 약 3,002만명 정도다.

다만 건강보험은 피부양자 자격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포함한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5,000만명이 넘는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어느 정도일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인원은 총 3,265만명을 넘어서 건강보험 실가입자 수보다 260만명 정도가 더 많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00만명 중 64%에 달한다. 가입자 수만 놓고보면 어느 쪽이 전국민 건강보험이고, 어느 쪽이 공보험의 보충형인지 헷갈릴 정도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수 증가와 함께 보험료 규모도 비대해졌다. 복지부가 얼마전 발간한 '2014년 국민보건계정' 보고서를 보면 경상의료비(보건의료서비스와 재화 소비를 위한 국민 전체의 1년간 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민간재원 중 실손보험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보건계정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으로 경상의료비 구성을 보면 공공재원 지출은 정부 10.2%, 의무가입보험(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산재보험 등) 46.3%으로 전체의 56.5%를 차지했다. 민간재원 지출은 실손보험 5.9%, 비영리단체·기업 0.7%, 가계직접부담 36.8%로 구성됐다.

경상의료비 구성에서 공공재원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4%에서 2014년 56.5%로 그 증가폭이 미미하지만 민간재원 중 실손보험 지출은 2000년 1.6%에서 2014년 5.9%로 3배 이상 커졌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4년 국민보건계정' 보고서 중에서.

실손의료보험의 몸집이 얼마나 커졌는지는 2000년과 2014년 사이에 경상의료비 규모의 변화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0년 기준으로 경상의료비는 총 25조4,340억원이며, 이 중에서 공공재원이 13조7,230억원 (54.0%), 가계직접부담이 11조원830억원(43.6%), 실손보험(임의가입 건강보험)이 4,000억원(1.6%)으로 집계됐다.

2014년 기준으로 경상의료비는 총 105조140억원이며, 이 중에서 공공재원이 59조3,330억원(56.5%), 가계직접부담이 38조6,590억원(36.8%), 실손보험이 6조2,450억원(5.9%)으로 집계됐다.

지난 15년간 경상의료비 지출이 약 4.1배 증가하는 동안 공공재원은 4.3배, 가계직접부담은 3.5배 늘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동안 실손보험 에 따른 의료비 지출은 15.5배나 증가했다.

그만큼 실손의료보험 가입에 따른 가계의 비용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자료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재난적 의료비 지출이 가구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중에서. '재난적 의료비'는 가구의 소득이나 지출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경우를 의미.

비급여 확대 속도가 너무 빠르다?…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소극적인 탓!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큰 병으로 인해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가정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다. 질병의 발생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과 함께 직장상실이나 노동력 저하로 인한 수입의 감소 등이 겹치면서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중증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를 축소하거나 재산을 처분한 가구, 의료비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가구 등을 합하면 30~40만 가구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최근 6~7년 간 되레 떨어졌다. 2009년 65.0%를 기록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0% 등으로 떨어졌고 2014년에는 63.2%로 소폭 높아졌다. 하지만 2009년의 보장률 수준에도 오르지 못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앞세워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총 123개 항목에 약 8,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원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건강보험 보장률은 되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년 12월 발간한 '2014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률은 77.7%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작되기 전인 2012년 보장률(77.7%)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암질환의 경우 2014년 보장률(72.6%)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시작 전인 2012년의 74.1%보다 1.5%p 하락했다.

이렇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추진하지만 보장률이 올라가지 않는 건 비급여 확대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신의료기술 등으로 비급여 증가가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 최근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급여 진료비 확대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건 그만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흑자 규모기 20조1,76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결국 소극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인해 비급여 영역이 더 빠르게 늘면서 가계의 의료비 부담과 함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을 '제2의 건강보험'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건강보험처럼 의료기관에 실손보험금 청구 대행을 강제화하는 정책이나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실손의료보험이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이나 '제2의 건강보험' 정도가 아니라 건강보험과 동등한 지위에 오르거나 오히려 공보험 제도의 붕괴를 초래할 정도로 비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도 보험금 청구대행 등의 실손보험 활성화 정책이 궁극적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약화시키고 의료영리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실손보험 확대의 근본적인 원인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라며 "비급여시장이 계속 늘어나고 실손보험 가입률이 확대되면, 의료현장은 점점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60%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는 국민들은 의료비는 의료비대로 들고, 실손보험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일본처럼 '혼합진료 금지' 등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획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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