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문제보다 폐암치료제 비전 등 고려한 듯

[라포르시안] 한미약품의 첫 신약인 내성표적항암제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의 글로벌시장 진출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올리타 글로벌 임상을 맡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인 베일거인겔하임이 돌연 임상시험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30일 공시를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의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기술개발과 관련해 완전히 결별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총 계약 규모만 8,500억원에 달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를 국산신약으로 허가를 받더라도 제약 선진국에서 임상 등 개발과정을 또다시 거쳐야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글로벌 역량을 갖춘 베링거인겔하임과 파트십을 체결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임상을 진행해왔다.

올리타 글로벌 시장 허가 목표는 내년이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의 임상2상(ELUXA1)을 토대로 올해 유럽의약품 당국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내년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올해부터 글로벌 3상 임상을 포함한 다양한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을 포기하면서 이러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 권리 반환 결정은 모든 임상데이터에 대한 재평가와 폐암혁신치료제의 최근 동향, 폐암치료제에 대한 비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에서도 약물 효능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시장성을 고려한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략적 선택이라는데 무게를 둔다.

실제로 올리타와 비슷한 기전의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항암제 ‘타그리소’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를 받았다. 반면 올리타는 올해 임상3상에 돌입하면 내년 이후에나 허가가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약물 후발주자로서 경쟁약물보다 월등히 뛰어난 약효를 자신할 수 있지 않는 이상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게 베링거인겔하임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리 계약규모가 크더라도 임상이 조기에 중단되거나 상업화되지 않으면 계약금액을 다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업계에서는 기술수출은 미래에 받을 수익까지 총 계약규모로 공개하기 때문에 단순한 숫자로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올리타 국내 임상시험 중 환자가 사망하면서 보건당국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처방주의보를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리타를 투약한 환자 가운데 피부가 괴사하는 중증으로 이로 인해 환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지금까지 중중 피부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올리타를 투약한 731명중 3명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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