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인원 女가 男보다 2.2배 더 많아…“우울증 치료접근성 높이고 농어촌 지역 정신보건 인프라 확충 필요”

[라포르시안]  '1만3,513'과 '37'. 앞의 숫자는 작년 한 해 동안 고의적 자해(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한 자살 사망자 수다. 뒤의 숫자는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다. 약 40분에 한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표준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비교시 OECD 평균(12.0명)에 비해 한국은 25.8명(2015년 기준)으로 2위인 일본(18.7명, 2013년 기준)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자료 출처: 통계청

한국의 자살통계에 있어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남녀 성별로 자살자 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차이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인원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것과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513명으로 전년 대비 323명(-2.3%) 이 감소했다.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7명이다.

인구 10만명 당 사망률은 26.5명으로 전년 대비 0.7명(-2.7%)이 감소했다.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1.8명(7.5%)이 증가한 수치다.

자살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이고, 40대와 50대에서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자살자 수를 성별로 보면 남자가 9,559명이고 여자가 3,954명이다. 인구 10만명 자살률로 보면 남자가 37.5명, 여자가 15.5명으로 약 2.4배 차이가 났다.

남녀 간 자살률 성비는 10대가 1.2배로 가장 낮았고, 이후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해 50대에서 남녀간 3.7배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자료 출처: 통계청

연령별로 보면 남녀 모두에서 70세 이상부터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남자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평균 37.5명이지만 70대는 104.5명, 80대 이상은 159.4명으로 높아졌다.

여자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역시 60대까지는 20명 미만이었지만 70대는 31.2명, 80대 이상은 50.7명으로 높아졌다.

‘우울증’ 진료인원 女가 男보다 2.2배 많아자살률에 있어서 남녀간 성비 격차는 '우울증' 진료인원과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심사결정 자료를 이용해 우울증을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약 55만6,000명에서 2013년 약 66만5,000명으로 19.6%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우울증 진료인원을 성별로 보면 여성 진료인원이 약 211만명으로 남성(94만명) 진료인원에 비해 2.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연령별(10세 구간) 점유율은 70대 이상 구간이 22.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50대 21.0%, 60대 17.4% 등의 순이었다.

우울증 진료환자 중 40대 이상 여성이 전체 진료인원의 53.5%를 차지했다.

자료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 제작: 라포르시안

이런 통계 수치는 우울증과 자살기도 등으로 인한 의료기관 이용률은 여성이 높지만 남성의 경우 우울증 치료를 기피하고 더 치명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의 경우 명예퇴직, 감원 등 사회생활에서 받는 압박으로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자존심 때문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거나 음주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다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을 적극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한국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국 13개 대학병원에서 총 547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가간 비교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국인에게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을 뿐더러 자살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우울증 중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42.6%로 다른 민족보다 1.4배 이상 높았으며, 같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에서도 자살 위험이 다른 민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의료계에서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우울증의 치료접근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최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낸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SSRI 항우울제 60일 처방제한을 풀어서 모든 의사들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에 모든 의사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우울증 환자들이 신경과, 정신과,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에서 쉽고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어촌 지역 정신건강서비스 접근성 높여야"남녀 모두에서 70세 이상부터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을 볼 때 인구고령화가 심한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정신보건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도 보여준다.

실제로 표준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의 전국 평균은 22.7명인데 강원(28.7명), 충북(25.0명), 충남(28.1명), 전남(24.7명) 등의 지역은 훨씬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동진 부연구위원은 지난 4월 발간된 <보건복지포럼>에 게재한 '농·어촌 정신건강증진 정책현황과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어촌 지역은 대도시 지역보다 정신보건 인프라가 상당히 열악한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정신의료기관의 52.5%, 정신요양시설의 26.9%, 사회복귀시설의 57.2%, 정신건강증진센터의 37.8%,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51.4%가 대도시에 분포하고 있었다.

군단위 지역에는 정신의료기관의 5.8%, 정신요양시설의 30.8%, 사회복귀시설의 10.5%, 정신건강증진센터의 17.2%가 분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표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동진 부연구위원의 '농·어촌 정신건강증진 정책현황과 과제' 연구보고서

이런 사정은 2014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도시 지역의 경우 2011년과 비교해 2014년에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종류의 정신보건기관 분포가 증가한 반면 군 지역은 정신건강증진센터가 13개소 추가된 것 외에 다른 정신보건기관의 숫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김동진 부연구위원은 "농어촌 지역의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현재 농어촌 위기가구의 경우 가구원 전체가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례가 많으므로, 가구단위의 접근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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