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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이야기 - 4화] 아름답지만 쓸쓸한 풍경 같은…치매환자의 ‘일몰 증후군’양현덕(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Brainwise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치매의 역학치매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대개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유병률 역시 65세 이상 인구에서 치매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로 측정한다.

치매의 유병률은 대략 10% 정도다. 이 비율은 연령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 65세부터는 연령이 5세가 많아질 때마다 유병률이 2배씩 증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6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빠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2030년에는 대략 130만 명, 2050년에 이르면 270만 명이 치매를 앓게 되리란 전망이다.

유형별로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70% 정도로 가장 흔하며, 그 다음이 혈관성 치매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으면 평균 10년 정도 생존한다.

치매의 전단계 -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인지기능 장애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한 경우를 치매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인지지능에 변화가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하지 않으면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이때 인지지능 변화란 노화로 인한 정상적인 인지기능 저하와는 다른 병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말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25% 정도는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원인질환에 따라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경과 또한 다양하여 대개 서서히 치매로 진행하지만, 일부는 진행되지 않고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머무르기도 하며, 때로는 서서히 회복되어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인 기억장애성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의 전단계이다. 정상 노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이행하는 것에 비하여, 기억장애성 경도인지장애는 서서히 진행하여 대략 1년에 15%씩 알츠하이머병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치매의 진단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억력 저하를 포함한 인지기능 장애가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치매라 하지 않는다.

즉, 치매진단은 인지기능 장애가 있고, 이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경우에 내려진다.

인지기능은 일반적으로 기억력, 언어, 시공간능력, 전두엽 집행기능, 집중력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인지기능에 장애가 나타날 때 치매로 진단한다.

리보의 법칙(Ribot’s law)=기억장애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가장 초기 증상인 동시에 주된 증상이다. 치매환자들은 수십 년 전에 겪은 일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녀들은 치매를 의심하지 못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지난 주에 가족 중 누가 찾아왔는지, 본인이 며칠 전 어디를 갔었는지, 심지어 오늘 아침식사를 했는지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사람의 기억력이 감퇴하면 오랜 과거의 기억보다 최근 기억이 먼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1881년 프랑스 심리학자 테오듈 리보(Théodule-Armand Ribot, 1839~1916)가 제시한 것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리보의 법칙(Ribot’s Law)이라고 한다. 단기기억은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해마(hippocampus)에 주로 저장되며, 장기기억은 대뇌피질 여러 곳에 분산 저장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주로 해마 손상으로 인하여 단기기억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해마와 기억= 1900년 러시아 신경과 의사이며 객관적 심리학(objective psychology)의 아버지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베흐테레프(Vladimir Mikhailovich Bekhterev, 1857~1927)는 해마가 기억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매는 문진과 신경심리 평가를 통해 인지기능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 후, 환자 상태를 잘 아는 가족들의 경험이나 관찰을 토대로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을 파악하여 진단한다. 일상생활에는 세수, 식사, 화장실 사용 등 단순기능과 외출, 돈 관리, 대중교통 이용, 취미활동 등 복잡기능이 있다. 치매에 걸리면 단순기능보다 복잡기능이 먼저 둔화된다.

아울러 치매 환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이상 행동 및 심리 증상을 파악해야 한다. 인지기능 장애 자체보다 오히려 이러한 증상들이 환자 보호자에게 더 큰 부담요인이 되는데, 다행히 약물로 조절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망상, 환각, 공격성향, 우울, 불안, 무감함, 행동반복, 수면변화, 식습관 변화 등이다.

치매와 우울증= 우울증은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흔한 이상 행동 및 심리 증상 가운데 하나이다. 알츠하이머병 질환자의 30% 정도가 우울증세를 보인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인지기능 장애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에 우울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인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울증이 동반되면 일상생활 능력과 삶의 질이 더욱 저하된다. 가족들의 부담도 증가하여 환자를 요양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시기가 한층 더 앞당겨진다.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속 한 장면.

노트북(The Notebook)= ‘노트북’은 2004년 미국의 닉 카사베츠(Nick Cassavetes)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치매환자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어느 요양원에서 노신사가 한 부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노아(Noah)는 마을 축제에서 천진난만한 여인 앨리(Allie)에게 첫눈에 반한다.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이별하게 된다. 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7년이 흐른다. 앨리는 여전히 노아의 전부였지만, 그 사이에 이미 다른 남자와 약혼한 처지다. 엄마의 방해로 헤어져야만 했던 첫사랑과 눈앞의 현실 사이에서 앨리는 고뇌한다. 우여곡절 끝에 노아와 앨리는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앨리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점차 잃고 마침내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노아는 마지막 순간까지 앨리와 함께 하고 싶어 그곳에 같이 머물며, 그녀에게 둘의 추억이 담긴 책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반복해서 읽어준다.

자꾸만 깊어지는 치매로 앨리는 아이들은 물론 노아조차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간혹 노아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하고, 때론 그를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석양이 내리고 황혼이 다가오면 앨리는 갑자기 두려움과 불안에 빠진다. 노아를 침입자로 여기는 듯 소리지르고 울며 주위에 도움을 청한다. 그녀를 다시 잃게 될까 봐 노아는 몹시 괴로워한다. 화면을 지켜보는 자체가 비통하다.

이처럼 치매환자가 석양이 진 후에 혼돈이 더해지는 현상을 '일몰 증후군(sundown phenomenon)'이라고 한다. 치매환자에게서 드러나는 행동 심리 증상의 대표적 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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