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중환자실 시설기준 강화 추진에 불만 증폭…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안 일부 손질”

국내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모습.

[라포르시안] 의료기관의 감염 예방·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음압격리병실 등 격리병실 설치, 입원실·중환자실의 병상 간 이격거리 확보 등을 의무화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의 우려가 높다.

기존 의료기관이 강화된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시설 개선에 막대한 비용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말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재개정을 검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입법예고가 끝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음압격리병실 300병상당 1개씩 설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병실당 최대 4개 병상(요양병원은 최대 6개)으로 제한 ▲병원급 의료기관 병상 간 이격거리(벽에서 0.9m, 병상 간 1.5m) 확보 ▲중환자실 병상 간 이격거리(벽에서 1.2m, 병상 간 2m) 확보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취약성이 드러난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셌다.

가장 큰 불만은 의료기관이 감염관리 시설을 갖추는데 드는 비용을 온전히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복지부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의료기관의 비용부담이 전제된 제도개선을 할 때는 반드시 그에 맞는 수가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기존 시설 개선에 필요한 비용 부담의 주체가 우선 결정되어야 하며, 지금 상황이라면 새로 신축되는 시설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의 경우 환자 침상마다 의료가스, 산소, 전원코드가 설치돼 있는데 새로운 병상 간 이격거리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 공사가 필요하다. 의협에 따르면 중환자실 10병상 당 1개 격리시설을 설치하고 그 중 하나는 음압격리시설로 운영하려면 기존 중환자 병상의 1/3 정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의협은 “중환자실 운영 중단에 의한 수익손실, 기존 시설에 대한 공사비용, 그리고 새로 설치하는 중환자실 비용 부담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병원에 부담을 전가한다면, 현재도 손익분기점 선상에서 간신히 운영하는 전국 병원들 대부분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개정 추진 중인 '의료법 시행규칙'(안) 주요내용

요양병원들도 병상당 이격거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전염성 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는데도 일반병원과 같이 병상당 이격거리를 1m 이상 확보하라는 것은 옥상옥의 이중규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의 규제영향 분석서에도 나오듯이 현재 80cm의 이격거리를 1m 이상으로 늘리면 병상 수가 평균 20% 줄어든다"면서 "이는 요양병원의 적자경영 원인이 되고 결국에는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반발에 복지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은 새로 짓는 의료기관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것이다. 기존 의료기관은 병상 간 이격거리 이외에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데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핵심 사안인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수가와 관련해서는 격리실 입원료 수가 인상 등 이미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료계는 비용 부담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돈은 나와야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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