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국가 주요사업 집행점검·평가’ 보고서 통해 지적…“재난적 의료비 예방 쪽으로 전환해야”

[라포르시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4대 중증질환(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희귀 난치성 질환)에 편중되면서 다른 중증질환관의 형평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4대 중증질환에 비해 보장성 강화가 미흡한 편이라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항목 및 질병별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예방하는 쪽으로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2016년도 국가 주요사업 집행점검·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간 총 125개 항목을 급여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4년 기준으로 77.7%로 2012년(77.8%) 대비 변동이 없었다.

보장률에 변동이 없는 건 선택진료비 축소에 의해 비급여 부담이 줄어든 효과가 있었지만 주사료, 처치. 수술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치료료 등의 비중의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4대 중증질환에 국한된 질환별·항목별 보장성 강화 정책은 기타 질환으로 과중한 의료비 부담을 안게 되는 국민을 보호할 수 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로 한국의료패널 분석 결과,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4대 중증질환자 보유 가구는 평균 119만원을 부담한 반면 기타 중증질환자 보유 가구는 이보다 많은 127만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치료에서도 4대 중증질환자 보유 가구는 평균 265만원을 부담했고, 기타 중증질환자 보유 가구도 평균 255만원을 부담해 별 차이가 없었다.

지금처럼 4대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이어진단면 저소득층 등 의료취약층의 재난적 의료비(지불능력 중 의료비 비중 40% 초과) 부담을 방지하는 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의료패널 분석 결과, 소득 1분위의 고혈압, 당뇨 유병률이 소득 10분위에 비해 각각 3.2배, 3.7배 높게 나타났고, 만성질환자가 있는 저소득가구 의료비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보장성 강화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계층 간 형평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계층간 건강보험 보장성의 형평성을 위해서는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대책에 대한 재정투자액 확대필요성도 언급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지금처럼 4대 중증질환별, 항목별로 접근할 게 아니라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예방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비급여까지 포함한 '포괄적 본인부담상한제'의 적용을 제안했다.

포괄적 본인부담상한제 방식은 비급여의 성격을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와 '호화·고급 비급여'로 구분한 후 1차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급여를 최대한 급여화하고, 2차적으로 호화·고급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비급여까지 포함한 포괄적 본인부담상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전 가구의 75% 이상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로 연간 24조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포괄적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민간의료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의 실질적 보장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통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담능력에 비례한 부과원칙에 따라 보험료 부과체계를 확립하고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보장성 강화로 민간의료보험 가입 필요성을 감소시켜 건보료 인상을 설득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종합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기준을 단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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