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보건당국이 전북 순창의 C형간염 집단 발생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논란이 발생한 지 거의 일주일 만이다. 그러나 이미 역학조사관의 현장조사를 통해 C형간염 집단 발생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애초 순창 C형간염 집단 발생 논란이 제기된 것도 질병관리본부의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앞서 지난달 30일자로 질병관리본부는 '순창의 한 내과의원에서 C형 간염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도자료를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고, 보도 유예(엠바고)를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 해당 내과의원에서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특정 기간 동안 203명의 C형간염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건보공단이 이 내과의원에 대해서 빅데이터로 C형간염 환자 진료 현황을 분석한 이유는 지난 2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신고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순창의 내과의원을 방문해 C형간염 집단 감염 여부에 대해서 확인을 했지만 집단 감염으로 볼만한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난달 30일 역학조사관을 순창군으로 파견해 C형간염 집단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지조사를 했다. <관련 기사: 순창서 C형간염 집단 감염? 아직 그렇게 속단할 일 아니다>

하지만 A내과의원에서 C형간염 집단 감염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특정 기간동안 C형간염 항체검사와 진료가 많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순창서 C형간염 집단 감염'이라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보도가 쏟아졌다.

순창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3월 복지부와 건보공단에서 방문해 조사를 했을 때도 C형간염 집단 감염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느닷없이 역학조사관이 파견돼 다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아마도 최근에 다시 의료기관의 C형간염 집단 감염이 논란이 되자 재차 확인에 나선 것 같다"고 추측했다.

문제는 역학조사관까지 파견해 C형간염 집단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부가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 에 대해서 보도 자제를 권고할 뿐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8월 31일자로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순창군보건의료원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순창군 내에서 200여명의 C형 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와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며 "그러나 집단 발병의 진위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따로 보도자료까지 냈다.  <관련 기사: 순창군보건의료원 “현지조사 결과, C형간염 집단 발병 없었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내용의 기사가 계속 쏟아지면서 순창군 지역사회와 해당 의원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곤욕을 치르는 동안에도 질병관리본부는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일 국민의당 전북도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병관리본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결과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먼저 알리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 어느 누구하나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서지 않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비난을 제기했다.

정치권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비난을 가하자 질병관리본부는 마지못한 듯 지난 7일 '순창지역 C형간염 집단발생'에 관한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보도설명자료란 중앙부처나 공공기관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설명하거나 해명을 할 때 배포하는 자료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지난달 30일 전북도, 순창군보건의료원과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해당 의원의 이용과 C형간염 발생 간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에 관한 오보가 쏟아진 게 모두 언론 탓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부 언론에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기사가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이슈에 대한 문제점을 발굴하고 올바른 정보를 알린다는 취지로 '100인의 국민소통단'을 모집하고 있다

'국민소통'은 고사하고 '언론소통'도 안되는 상황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 기사가 쏟아진 8월 31일부터 질병관리본부가 보도설명자료를 낸 이달 7일까지 일주일 간의 상황을 보면 '불통과 비밀주의로 화를 키운' 메르스 사태 때의 오류가 그대로 재연된 거 같다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위기에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내에 긴급상황센터 및 위기소통담당관을 신설했다.

질병관리본부장 직속으로 설치된 위기소통담당관은 감염병 위기 상황시 '국민의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제공'함으로써 보건당국과 국민이 함께 감염병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 촌극 상황에서는 '올바른 정보를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제공하기' 위해서 신설된 위기소통담당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박기수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은 지난달 30일 ‘공중보건 위기 대비 대응과 위기소통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가해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정보도 정확한 확인 없이 발표해 병원 명칭이나 주소 오류 등으로 혼란을 부추겼다. 당시 위기상황에서 (보건당국 담당자들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제대로 보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또 뒷북공개, 늦장공개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실제로 보건당국이 그렇게 했다. 이런 발표가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도화선이 됐다"고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포럼이 열리던 당시에는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에 관한 보도의 엠바고가 걸려 있던 시점이었는데 박 담당관은 포럼 도중에 순창군에 역학조사관이 파견됐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는 많은 참관객이 있었고, 온라인으로 생중계까지 되고 있었음에도. <관련 기사: “메르스 괴담 유포”라며 국민과 싸우던 정부>

결국, 정확한 정보 확인이나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보도자료를 냄으로써 순창군 C형간염 집단 발생이라는 '집단 오보' 사태를 초래했다.

위기소통이 여전히 부재한 상황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만 셈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