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활병원 사라지면서 ‘재활 난민’ 양산…수가 현실화·장애아동 이동권 보장 절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이상운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임민식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민성기 수석부회장(왼쪽에서 첫 번째)

[라포르시안] "소아재활은 공공의료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운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장은 지난 4일 의사회 추계학술대회 장소인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과거 어린이재활병원을 표방한 재활병원이 전국적으로 10여개에 달했지만 모두 사라졌다"면서 소아재활을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의료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재활병원이 대부분 사라진 탓에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아동이 운동센터를 가장한 불법 재활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관련 기사: 사라진 어린이재활병원…대통령님, 장애인 공약 언제 지키실 건가요?>

이 회장은 "제도권 안에서 재활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니 입소문을 따라 불법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다가 골절, 감염 등의 피해를 보는 장애 아동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리고 싶어도 그런 곳마저 문을 닫아버리면 장애 아동이 치료받을 기회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세브란스 재활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과 재활의학과를 두고 있는 어린이병원, 최근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어린이 재활치료 수요를 분담하고 있지만 10만명이나 되는 장애 소아·청소년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장애 아동이 '재활 난민'이 되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어린이재활병원이 사라진 가장 큰 요인으로 터무니 없이 낮은 저수가를 꼽는다.  

임민식 재활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장애 아동에 대한 재활치료는 성인 재활치료 수가보다 열악하다. 성인 재활치료 수가가 원가의 70%라면 아동 재활치료 수가는 원가의 60%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비급여 부분도 개발이 어려운 분야이다. 어린이재활병원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수가가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예약 부도'도 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닫는 원인을 제공했다.

임 부회장은 "환자가 예약했는데 병원까지 이동할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등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하면 병원은 인건비와 시설비를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한다. 즉 환자 치료를 위해 배치한 인력과 장비를 다른 환자를 치료하는 데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예약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장애아동들이 학교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다시 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성기 수석부회장은 "맞벌이 가정의 장애아는 의료기관 이용이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돌보미 서비스를 확대해서 그들이 제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면서 "일본은 개호보험으로 책임져주는데우리나라는 그런 보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민식 부회장은 "재활의학과의사회는 매년 춘계학술대회 때 소아재활 관련 주제를 다루고 치료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소아재활은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감당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가 현실화와 이동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열린 재활의학과의사회 추계 학술대회에서는 4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핫트렌드 몸매 만들기와 통증 해결을 위한 영양치료', '요통 치료의 새로운 접근과 최근 술기 정리', '뇌신경 재활의 최신치료 가이드', 등 총 4개의 주제에 대한 강좌가 열렸다.

이상운 회장은 "뇌신경재활의학은 재활의학과 영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분야이고, 최근 재활의료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그쪽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회원들의 열망이 높다"면서 "앞으로도 뇌신경재활의학에 대한 강좌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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