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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야기 - 1화] 기억, 건망증, 므네모시네양현덕(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Brainwise 대표이사)

<'치매 이야기' 연재에 앞서> 우리나라는 2000년 이미 고령화 사회에 도달한 이후 그 현상이 무척 급격하게 심화되어 향후 10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기간이 프랑스의 경우 154년, 영국은 97년, 미국은 94년, 그리고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36년이었음을 감안할 때, 한국의 이러한 추세는 극히 이례적으로 가파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어 감에 따라 치매환자의 수도 현저한 증가세를 보여 매1시간마다 5명씩 질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매라는 질병자체로 인한 직접 의료비 부담에 더하여 그에 수반되는 사회경제적 간접부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치매의 숱한 원인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라는 병명이 사용된 지 올해로 꼭 106년째다. 그간 과학과 의료기술의 눈부신 진전에 힘입어 최근 치매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질환 역학조사, 원인규명, 그리고 진단과 치료기법 면에서 두루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비록 치료제들의 효과는 아직까지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장차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본지에서는 신경과 전문의인 양현덕 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과 양인덕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가 공동집필한 <치매 이야기: 그 역사와 현실이해>란 제목의 저서의 전문을 지면을 통해 연속 게재할 예정이다. 요즘 치매를 주제로 한 책들이 다양한 내용을 담아 출간되고 있긴 하지만 막상 치매의 역사에 관한 서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향후 출간될 이 책에서는 주로 치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명칭이 대두되기까지의 경과를 상세히 기술해 치매 질환 혹은 현상에 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아울러 알츠하이머를 위시해서 치매연구의 역사에 혁혁한 족적을 남긴 연구자들을 소개한다. 아울러 정치와 문학, 예술 분야의 인물과 작품에 내재해 있는 ‘치매’의 의미와 역할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통해 과거의 경험 등 온갖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낸다. 그런데 점차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기억 및 정보소환 능력이 떨어진다. 간혹 어떤 일을 이미 해놓고도 잊어버린 채 다시 하는가 하면, 물건을 분명 어딘가에 두고서도 그곳을 몰라 찾아 헤매기도 하며, 이따금 가스 불 위에 음식을 올려놓은 것을 깜빡 태우고 나선 뒤늦게 허겁지겁 할 때도 있고, 심지어는 자주 만나던 사람의 면전에서 그 이름이 떠오르질 않아 말문이 꽉 막히기도 한다.

그런데, 단순 건망증의 단계를 넘어 기억능력이 동년배에 비하여 상당히 떨어지게 되면 경도인지장애라고 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전단계로 알려져 있으며, 기억력 등 인지기능은 대체로 저하되어 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엔 별다른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인지기능의 저하가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현저해지면 이는 치매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의 핵심증상이 바로 기억장애다.그러면 기억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신화에서 기억과 건망증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건망증을 의미하는 영어 ‘amnesia’는 부정을 뜻하는 ‘a’와 기억을 의미하는 ‘mne-’, 그리고 상태를 가리키는 ‘-ia’의 조합언어다. ‘Mne-’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진)에서 유래했고, 기억증진을 의미하는 ‘mnemonic’도 여기에서 발원했다.

므네모시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와 땅의 여신 가이아(Gaea)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라노스는 가이아의 아들인 동시에 남편이다. 기원전 8세기경 헤시오도스(Hesiodos)가 저술한 신들의 계보에 관한 책 ‘신통기(Theogonia)’에 따르면 가이아로부터 우라노스와 폰토스(Pontus)가 나왔고, 다시 가이아는 우라노스와의 사이에서 열둘의 티탄(Titans)들과 키클로페스(Cyclopes) 삼형제, 그리고 헤카톤테이르(Hekatoncheir) 삼형제를 낳았다.

므네모시네는 열둘 티탄 중 하나로 크로노스(Chronus, 로마신화의 사투르누스Saturnus에 해당하며 여기에서 토성Saturn과 토요일Saturday이 유래함)의 누나이자 제우스(Zeus)의 고모이기도 하다.

므네모시네는 조카인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아홉의 뮤즈(혹은 무사이, Muses)들을 낳았다. 그 시대에는 아직 문자가 없었기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길 방도가 달리 없었다. 따라서 선사시대 이래의 구전문학처럼 모든 것이 오직 기억에 의해서만 남겨지고 전해졌다. 이들은 어머니 므네모시네로부터 이어받은 완벽한 기억력 덕분에 음악을 필두로 신들과 인간세상의 각종 예술을 관장했으며, 천지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후대에 전할 수가 있었다.

혹여 므네모시네의 은혜를 입지 못해서인지 우리 인간에겐 건망증이 생긴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기억의 상실로 인해 과거의 괴로움을 떨쳐낼 수가 있고, 늘 자신의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한다. 즉, 망각(Lethe)을 통하여 인생의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대개 사람은 노화를 거쳐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대체로 사람은 자신에게 닥쳐올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어쩌면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공포를 모면할 수 있도록 미리 기회를 허용해 준 신의 자비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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