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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입소 노인·장애인·섬주민이 정말로 원격의료 수혜자들일까?비용부담·기술 장벽으로 ‘디지털 의료소외계층’ 전락 가능성…“진짜 수혜자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과 IT업체”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충남 서산시 소재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했다. 사진 출처: 청와대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여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지부는 그 일환으로 올 하반기부터 전국의 요양시설(70인 이상 시설)을 대상으로 의사(촉탁의)와 의료인(요양시설 간호사)간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사-환자 간 서비스 방식이 아니라 현행 법으로도 가능한 의사-의료인 간 서비스 모형이다.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지난 2003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앞서부터 가능했던 사업이다.  

현행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지난 2003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료인 간 원격의료가 허용됐다.

노인요양시설 뿐만 아니라 도서벽지 주민, 군 장병, 원양선박 선원 등을 위한 원격의료 역시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의료인 간 서비스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격의료 제공이 가능하다.

의료계에서도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서비스 활성화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오히려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예전부터 주장해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는 시기상조이며, 도서지역 등을 대상으로 의사-의료인간 원격의료를 활성화해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하는 등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 활성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법개정을 집요할 정도로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4일 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기관인 충남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해 '원격의료 수혜자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정말로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들이 원격의료의 수혜자일까.

의료계는 이 대목에 의문을 제기한다. 원격의료 활성화의 최종 수혜자는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의료취약지 주민 등이 아니라 관련 산업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당초부터 정부는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u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의료시장이 열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복지부는 지난 19대 국회 때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현재 혈압․혈당 측정기 등의 의료기기가 개발돼 있으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어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발전에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됨으로써 ICT기반 의료기기·장비의 개발촉진이 예상되며,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관련 기기 및 기술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건 허울 뿐이고, 새로운 의료시장을 열어주는 게 원격의료 활성화의 진짜 목적이 아니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특히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병원이란 공간을 벗어난 의료서비스 공급의 주도권은 기업과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는 쪽이 어디인가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기업체를 비롯해 의료정보업체, 대기업과 정보통신업체, 통신사업자 등 수많은 기업들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에 대비한 각종 장비와 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왔다.

수년 전부터 KT를 비롯해 LG, SK, 삼성 등 통신망산업 및 휴대용 기기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원격의료 기반의 u헬스케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적극 뛰어들었다.

일부 대기업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의 대형병원과 헬스케어 전문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0년 초음파 진단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원격의료 관련 진단기기 개발을 추진해 왔고, 이미 원격의료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 허가까지 마친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경제단체는 지금의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가의 전략산업 육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수년 전부터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 원격의료 활성화에 대한 정책을 홍보할 때마다 의료IT 관련 주가가 들썩인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 시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노인·장애인·도서벽지 주민 등은 '디지털 의료소외계층' 전락할 가능성 높아

반면 정부가 원격의료의 수혜자라고 지목한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등이 정말로 이 서비스로 의료접근성이 높아지는 혜택을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이들은 '디지털 의료소외계층'으로 전락한 가능성이 높다.

원격의료는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와 각종 네트워크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데 적용 대상자 중에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계층이 많기 때문이다.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들이 원격의료를 받기 위해서는 원격진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니터(웹캠 연결)와 프린트(처방전 인쇄), 측정된 각종 생체신초 측정이 가능한 혈압계, 맥박계, 청진기, 체온계 등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노인과 장애인 등의 정보화 소외계층은 원격의료 이용이 훨씬 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미래부가 발표한 '2014년도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4대 소외계층의 PC 기반 정보화 수준은 전체국민의 76.6%에 그쳤다. 4대 소외계층의 인터넷 이용률(55.4%) 및 가구 PC 보유율(70.6%)은 전체국민(83.6%, 78.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4대 소외계층의 스마트폰 기반 '스마트 정보격차 수준'은 더 컸다. 이들의 스마트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의 57.4%에 머물렀다. 소외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52.2%로, 전체국민의 스마트폰 보유율(78.3%)에 비해 26.1%p 더 낮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서비스 활성화가 PC와 스마트폰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 의료취약지 주민들이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현재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동안에는 정부에서 원격의료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로 본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장비 구입 등은 원격의료를 선택한 이용자 본인부담으로 해야 한다. 

복지부는 원격의료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다는 인식이지만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들이 과연 얼마나 비용부담을 지고 원격의료를 이용할 지 의문이다.  

PC와 스마트폰 기반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이용에 있어서 경제적 접근성 및 기술적 접근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환자가 아니라 일부 대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시도하는 원격의료 도입은 재벌IT 기업, 병원자본, 의료기기회사, 민간의료보험사 등에게 특혜를 주고자 하는 의도”라며 “바로 이들이 정부의 원격의료 사업의 실질적 수혜자이며 정부의 입법을 주도하는 숨은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 정책의 진짜 수혜자로 일부 재벌기업을 지목한다. 

의사 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은 "기재부, 미래창조과학부가 IT업체, 재벌기업들과 야합해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대다수 병의원의 직접진료를 빼앗고 망하게 해 몇 개의 IT업체, 재벌기업들이 모든 의료 이익을 독점할 목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원격진료를 하려는 목적이 오직 산업 부흥과 건강보험 재정안정에만 있고 양질의 의료와 국민건강에 있지 않으므로 의료전문가인 의사들로서는 이를 결사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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