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뇌전증 환자인 운전자에 의해서 발생한 부산 해운대의 교통사고와 관련해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뇌전증이 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지목하고 규제를 가하려는 여론에 대해서 전문가단체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뇌전증학회(회장 홍승봉)는 4일 긴급성명을 내고 "지난 반세기 동안 처음으로 발생한 당뇨와 고혈압이 동반된 뇌전증 환자의 큰 교통사고를 마치 뇌전증이 원인인 듯이 방송 및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18세기 마녀사냥하는 것과 같이 뇌전증의 사회적인 낙인을 악화시키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로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뇌전증은 불치의 병이 아니고 대부분(70%)의 환자는 약물로 잘 조절돼 자동차 운전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또한 뇌전증은 지금 건강한 사람도 뇌질환에 걸리거나 뇌손상을 받으면 앓을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항뇌전증 약물 복용과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발작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는 생활규칙을 잘 지켜서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피로, 음주, 수면부족 및 스트레스 등의 유발요인을 피해야한다"며 "또한 뇌전증은 약을 먹고 약 3년 동안 증상이 없으면 그 후 서서히 약을 줄여서 중단할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한 뇌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뇌전증 자체에 있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회는 "이번 사고를 뇌전증 증상에 의한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에도 과거 40~50년 동안 이렇게 큰 사고를 낸 경우는 처음으로 뇌전증 자체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환자가 약을 며칠 동안 먹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약을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치매 환자들도 의식과 기억 장애, 판단력, 집중력 감소 등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뇌전증 홖자들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부 언론에서 뇌졸증 환자가 운전하는 것을 '도로 위의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운전 자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경계했다. 

학회는 "이 사고 때문에 뇌전증 환자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의식소실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 환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특히 정치인과 언론은 사실과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판단하고 행동해야지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뇌전증 환자들의 적성검사 시 별도로 자동차 운전을 포함한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받을 수 있도록 자료개발 및 교육을 강화하는 경찰청 교통국과 협의해 추진할 방침이다.

뇌전증 환자들의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뇌전증을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철저한 안전교육을 포함한 진료지침도 제작해 배포키로 했다.

학회는 "현재 약물 난치성 중증 뇌전증 홖자들은 낮은 소득과 높은 진료비용으로 산정특례 등의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며 "그 동안 암과 심장병, 뇌졸중, 치매 환자들은 의료비 지원, 센터 설립 지원, 국책연구비 지원 등 수많은 정부지원을 받아온 반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은 국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들의 검사, 약물, 수술 치료의 열악한 급여기준의 개선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뇌전증학회는 오는 5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실과 공동으로 뇌전증과 의식소실을 유발핛 수 있는 다른 질환 환자들의 교통사고 및 안전사고 예방대책 등을 모색하는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