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기(경기도의사회장)

[라포르시안] "전화상담을 통함 만성질환 관리사업이 원격의료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건복지부가 전화상담을 통한 만성질환관리제가 원격의료와 연계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회원들 대다수의 정서는 (복지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의료정책발전협의체 2차 회의에서 전화상담 시범사업은 원격의료와 연관성이 없으며, 순수하게 의원급 의료기관만으로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의료계가 (복지부 말만 믿고)시범사업에 참여했는데 나중에 원격의료로 변질되면 누가 책임지느냐.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만성질환관리제는 의원급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원격의료와 연계될 수 없도록 의료법에 명확하게 해두면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안산에서 발생한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현 회장은 "고인은 경기도의사회 소속 회원이다. 회비납부 의무도 성실하게 이행한 분"이라며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잘못된 현지조사 제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의료계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전화상담을 통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느냐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과 회원들은 만성질환관리제도가 의원급 의료기관뿐 아니라 병원으로 확대 시행되고, 무엇보다 원격의료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했는데 나중에 원격의료로 변질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 그래서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결책은 뭔가. 복지부를 믿지 못하니 참여하지 말자는 것인가.

"결국은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의사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관리제를 의료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의원급에서만 시행하고, 원격의료와 연계될 수 없도록 의료법에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참고로 현 회장은 원격의료라는 용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앞선 IT 기술과 융합한 'IT 융합의료'라는 말이 훨씬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발달한 IT 기술은 어떤 형태로든 의료와 접목될 것이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적, 법률적으로 완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최근 안산에서 현지조사를 받은 비뇨기과 의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의사회 차원에서 상황파악은 어느 정도 이뤄졌나.

"경기도의사회 회원이 당한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황파악을 했고, 추모 행사에도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현지조사에 참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을 상대로 소송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조금 우려된다. 유족들도 일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 협회에서 파악한 전후 사정에 관해 설명해달라.

"심평원 관계자와 만나 설명을 들었다. 사전에 수차례 경고를 했다고 한다. 돌아가신 회원도 후배 의사에게 현지실사 대처방법을 물었는데, 과징금만 내면 된다는 말만 믿고 쉽게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과징금 처분과 함께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게 되자 크게 상심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 의협은 이번 사건을 현지조사 등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동의한다. 개원의의 자살을 부각하는 것보다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지조사 제도 개선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의사회에 현지조사, 현지확인 사실을 알리는 것을 싫어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일부 의사들은 심평원, 건보공단도 싫지만 동료 의사가 와서 자신의 치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더 싫어한다. 의사회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힘든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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