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개원의 자살 사건 계기로 현지조사 제도개선 요구 거세…“인권유린 행위 수십년간 자행”

의료혁신투쟁위원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안산시의사회는 지난 7월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산지사 앞에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강압적 현지조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미지 출처: 의혁투 최대집 대표가 촬영한 집회 현장 동영상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고 3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산의 개원의사 자살 사건 관련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내에서 요양기관 현지조사 및 행정처분 업무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정책국 관계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관련 기사: 현지조사 받고 3개월 뒤 자살한 안산 개원의사…무슨 일 있었나>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2일자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은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권을 초헌법적으로 제한하는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의료기관 현지조사 절차를 통해 부당한 국가 공권력을 철권처럼 휘둘러 평생 아픈 사람 고쳐주는 것을 소명으로 알고 살아온 한 의사를 죽음에 이르게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조사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의료인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소청과개원의사회는 "복지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무자비하게 휘두른 칼은 조사대상 병원에 조사 이유, 조사 범위, 조사 대상 병원이 가지고 있는 헌법상의 기본 권리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한 명확한 고지가 없었다"며 "조사 담당자의 임의적 판단에 의한 조사 결과의 해석과 자의적 조사범위 확대, 조사담당자의 의도대로 따르지 않을 때의 불이익에 대한 협박 등 도저히 민주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수많은 인권유린 행위가 수십 년간 버젓이 자행되어 왔다"고 비난했다.

의사회는 "헌법에서는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자의 일방적 조사결과에 대해 만약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처벌을 무한정 확대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조사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고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혐의 내용 확인서에 강제로 사인하도록 강요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안산 개원의사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현지조사가 관련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집행됐는지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청과개원의사회는 "정부는 무고한 한 집안의 가장을 죽음으로 내몬 행위에 대해 중립적인 기관을 통해 그 공권력을 동원한 조사과정의 집행 절차가 과연 온당했는지 철저히 그 진상을 조사하라"며 "복지부 장관은 부당한 행정집행을 통해 무고한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건강보험정책국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요양기관 현지조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안산의 개원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현지조사 과정에서 조사단의 강압적인 태도와 무리한 자료제출 요구 등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시의사회는 "병원으로 불시에 찾아와 현지조사라는 미명 하에 강압적인 조사를 해 의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중압감으로 자살까지 이르게 한 것에 대해 복지부,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등 이 사건에 관여돼 있는 책임자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현지조사 과정에서 사실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조사 기간 연장과 조사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협박하는 실사의 관행은 국민 기본권을 묵살하는 행위이며 범죄행위"라고 지적하며 "또한 오류가 발견된 경우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감추고 있다가 필요할 때 써먹는 실사의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에 현지조사 및 현지확인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의협은 개선안을 통해 ▲요양기관에 대한 사전 통보제 전면 실시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대상 선정시 의사단체 참여 ▲해당 요양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에 의사단체 참여 ▲조사 대상 자료의 구체화 ▲조사 대상 기간의 축소 ▲지침 위반시 제재 규정 마련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결과의 공유 등을 제안했다.

의협은 "의학적 전문성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 절감 측면에 치우친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제도 운영으로 인해 의사의 진료권 뿐만 아니라 국민의 진료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의료발전과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도록 현지조사 및 심사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의협과 심평원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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