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한국원자력의학원 자체재원 조달 실패·기술방식 변경 등 지적

[라포르시안] 한국원자력의학원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 '2015회계연도 결산분석' 자료를 통해 원자력의학원의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의 재검토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난치성 암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운영하기 위해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수행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설치·운영할 계획으로, 사업 수행기간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며 총사업비 1,9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총사업비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7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500억원, 한국원자력의학원이 750억원을 부담한다.

그러나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의 2015년 예산 70억원 중 30억원은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출연됐지만 40억원은 불용 처리됐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을 수시배정 사업으로 지정하고 2015년 12월 말에 예산액 중 30억원만 출연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자체재원 조달 실패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미래부 측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중 750억원을 민간투자자로부터 조달하고 중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암 환자를 치료하고 발생하는 수입으로 이를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차입 및 민간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비 분담 일정을 변경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5년 6월에 투자기업 모집 공고를 실시하고 국내기업 1곳으로부터 3년간 총 150억원을 투자받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3년간 조달해야 하는 금액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또한 해당 기업과의 양해각서 또한 세부 이행계약이 체결되지 않아서 해지됐다"고 지적했다.

▲ 의료용중입자가속기의 원리

무엇보다 2010년 이후 미래부와 지자체가 투입한 국비와 지방비 총 965억5,000만원원을 투입해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건물을 구축해 완공 단계에 이르렀지만 본격적인 중입자가속기 치료시스템 제작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때문에 치료센터 건물은 중입자가속기 치료시스템의 제작 및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특별한 용도 없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2,0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차입 또는 민간투자유치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중입자가속기 기술방식 변경으로 인하여 사업 추진의 핵심 사항이 변경되었으므로 한국원자력의학원 주도 연구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사이클로트론 방식으로 중입자가속기를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국내외 전문가의 검증 결과 기술개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14년 5월에 가속기 기종을 싱크로트론 방식으로 변경했다.

당초 사이클로트론 방식으로 중입자가속기를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과의 공동개발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싱크로트론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사업방식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도 싱크로트론 방식의 경우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치료기기가 해외기업으로부터 단순 도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가속기의 공동개발보다는 치료 목적의 가속기 도입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싱크로트론 방식으로 기술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보다 해외로부터 치료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대안일 수 있다. 미래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주도하는 연구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하여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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