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폭언·폭행 경험 높아…불쾌한 일 당해도 10명중 9명 ‘참고 넘긴다’

병원노동자 상당수가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병원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을 경험하지만 대부분 적극적인 대응 없이 참고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이 환자를 '고객'으로 바라보고, 친절 서비스 경쟁을 벌이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4월 두 달간 전국 110개 병원에 근무하는 2만950명의 병원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 직장폭력과 감정노동 상황을 파악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47.6%)이 직장 내에서 불쾌한 언행(폭언 41.0%, 폭행 5.5%, 성폭력 1.1%)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로는 환자 및 보호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폭언의 가해자로는 환자가 70.1%였고, 보호자가 65.6%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병원내 의사(36.5%), 상급자(29.1%), 동료(10.5%) 등의 순이었다.

 

폭행 가해자로도 환자가 83.7%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호자(21.6%), 상급자(8.7%), 병원내 의사(3.5%), 동료(3.2%) 등으로 파악됐다.

성폭력 가해자 역시 환자가 70.0%로 가장 많았고, 보호자(12.9%), 의사(10.7%), 동료(9.9%) 등의 순이었다.

감정노동에 노출된 당사자들은 불쾌한 언행에 대해 대부분 참고 넘기는 대응을 했다.

폭언을 경험했을 때 '참고 넘긴다'는 응답이 89.7%에 달했고, 폭행(58.6%), 성폭력(60.5%) 등도 경험자의 절반 이상이 적극적 대응보다는 참고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출처: 전국보건의료노조'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중에서.

감정노동 수행의 부담도 상당히 높은 실정이다.

실태조사에서 '자신의 기분과 관계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응답이 86.2%에 달했고,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90.5%에 육박했다.

반면 병원 내에서 불쾌한 언행을 경험한 후 직장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받은 비율은 폭언·폭행의 경우 39.7%에 불과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거나 가해자와 분리시키는 경우는 각각 10.3%, 13.1%에 그쳤다.

업무상 재해나 질병으로는 수면장애가 27.8%(5,831명)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근골격계 질환 25.1%(5,248명), 타박상 및 골절 9.7%(2.025명), 결핵 등 감염 2.3%(484명)로 조사됐다.

업무상 재해나 질병에 대한 병원의 조치 및 보상 절차 및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33.1%에 불과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극심한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 낮은 수면으로 인한 만성 피로는 업무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한 업무상 재해의 발생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 병을 고치는 병원이 ‘병을 만드는 병원’이 되어서는 안되며,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조차 지키지 못하고 극심한 직무스트레스와 재해·질병에 노출되는 현실이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와 직원이 안전한 병원 만들기’를 위해 ▲병원 내에 폭언·폭행·성희롱 예방 캠페인 ▲의료기관내 폭언·폭행·성희롱 근절 매뉴얼 제작 ▲병원내 폭력 근절을 위한 노사 공동 경고문 부착 ▲야간노동과 교대근무자 보호 조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활성화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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