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전 대표)

지난주 약제급여평가위 회의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심평원, 문제를 방치하다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감추는 자가 범인이다’…심평원은 모든 위원회를 공개하라
[라포르시안] 이번으로 네 번째 글을 쓴다. 말씀드리자면 제 글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난 6월 16일 열렸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에서 논의하여 통과시킨 세포치료제 '케라힐-알로'를 원칙과 규정에 맞게 재심사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허가와 심사 권한을 행사하는 위원회는 심평원과 식약처를 가릴 것 없이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다. 위원 명단과 회의자료 그리고 회의록까지 말이다. 공개해서 발언하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스스로 위원회에서 나가거나 아예 오지 말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것이 각종 위원회가 관련 업체의 로비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과 규정에 의해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문제를 제기한 케라힐-알로에 대해 심평원에 질의를 하니 고맙게도 약재등재부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서 질의에 대해 해명을 하고 돌아간 후, 다음 날 각종 자료를 근거로 해 주석까지 달아놓은 답변서가 이메일로 와 있었다. 하지만 환자이자 비전문가인 나는 재질의서를 만들어 주중에 다시 보낼 참으로 무려 근 일주일째 답변서를 한줄 한줄 해부하고 있는 중이다.

케라힐-알로는 화상에 쓰이는 세포치료제이다. 이 약제는 세포를 배양한 주원료(세포혼탁액)에 점증제인 BASF의 Poloxamer 407 을 섞어서 젤 타입으로 환부에 도포한다. 그런데 답변서를 해부해 본 결과, 심평원은 이상하게도 해당 약제가 신약 또는 그에 준하는 약제라고 하면서도 이 혼합제제를 분리 임상도 하지 않은 식약처의 임상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심평원은 위에 이야기한 “점증제는 약재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형재”라고까지 토를 달았지만 내가 확인한 BASF의 특허에는 점증제인 Poloxamer 407 그 자체만으로도 만성 피부궤양 환자와 화상환자에게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심평원이 일부러 이런 사항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랬는지는 당신이 느끼는 감을 나도 잡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게 주원료에 의한 효과인지, 점증제에 의한 효과인지 확인할 수가 없는 임상을 한 것이다. 이런 경우 두 가지를 혼합한 것과 점증제만 도포하는 것을 대조군으로 하여 임상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데 그게 아니었기에 식약처의 임상허가부터 심평원의 심사통과까지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종류의 약재가 올라오면 아무리 식약처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약평위에서 여타의 문제제기를 통해 반려되거나 비급여로 가거나 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그러질 않았다.

비교 약제와 케라힐-알로의 임상 결과를 비교해보니 케라힐 알로는 그냥 바셀린 거즈를 환부에 붙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효과를 보였는데도 기존 약제와 비교할 때 동등 또는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하고 있다. 비교 약제와의 임상결과만 보면 그냥 알 수 있는 것인데도 안 그렇다 하니 나처럼 덜떨어진 사람도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약가도 이 약이 기존 약제인 시트 형태로 규격에 맞게 붙이는 칼로덤과는 달리 젤 타입이라 그보다 두 배의 면적에 바르고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두 제품의 세포수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두 배로 준 것이다. 관련하여 구구절절 쓰자면 이런 것만이 아니다. 그건 바로 답변서에 대한 2차 질문지를 완료하여 보낼 것이다.

나는 이런 문제가 결국 식약처부터 심평원에 이르기까지 허가와 심의의 권한을 갖는 각종 위원회가 공개가 되면 업체들의 로비를 받을 수 있고, 위원들이 회의에서 소신 있는 발언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비공개로 운영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 주 일차로 심평원에 정보공개청구한 위원명단, 회의록, 회의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공개를 거부하였다. 물론 그럴 거라고 예상해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며, 주중에 바로 소송에 들어갈 생각이다.

식약처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틀 전 정보공개청구를 이미 해놓았다. 이 갑중의 갑인 식약처는 이미 나와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완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처신을 할 공산이 크다. 그간 했던 행태를 되돌아보면 이 집단은 소송에서 진 것을 자기 변화의 계기로 삼는 게 아니라 완패 당한 것을 연구 분석해서 거꾸로 더 철저하게 문 걸어 잠그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거부할 경우 마찬가지로 바로 소송에 들어갈 것이다.

일개 개인이 행정조직과 싸움을 하는 건 무척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게다가 그 조직이 전문가들로 꽉꽉 채워진 식약처나 심평원 같은 집단이면 이건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끝없이 깨다보면 금이 가고 나중에는 틈이 벌어지고 결국 둘로 깨지게 된다. 쓰러지지만 않으면 내가 이긴다. 틀림없이.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창립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반박기고] 심평원에 대한 문제제기의 칼끝은 누구를 향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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