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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야간근무·생리휴가 연평균 4.9일…병원은 ‘모성보호’ 사각지대‘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로 확인된 열악한 근무환경…“근본적 원인은 인력부족 때문”
한 대학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에서 간호사 등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은 심각한 '모성학대' 수준의 근무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주도로 출산장려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근로자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으로 꼽히는 병원에서 모성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부족 때문이지만 적정 인력확충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노력은 요원하다.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는 지난 3~4월 두 달간 전국 110개 병원에 근무하는 2만950명의 병원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중 모성보호 관련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대상자 6,474명 중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는 41.3%(2671명)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민간병원의 육아휴직 사용자는 38.8%로, 공공병원의 육아휴직 사용자(46.2%)보다 훨씬 낮았다. 육아휴직 개월 수는 평균 10.8개월로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부족으로 동료에게 불편을 끼칠까봐 사용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20.7%에 달했고, '병원 분위기상 신청할 수 없다'는 답변이 23.8%였다.

여성노동자의 경우 월 1회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지만 병원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의 생리휴가 사용은 연 평균 4.9일(공공병원 5.2일, 민간병원 4.7일)에 불과했다.

 병원사업장의 임신출산과 관련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피임 사례가 3.8%, 임신순번제 8.4%, 임신 후 야간근무 3.6%, 임신부의 유산·사산 사례는 2.9%로 나타났다.

특히 원치 않은 피임으로 임신시기를 조절하거나 임신시기를 순번으로 정하는 사례는 병원사업장의 인력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표 출처: 전국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 여성노동자의 임산부 보호 및 모성보호가 취약한 것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간호사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이 13.8%에 불과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의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은 9.3명인데 비해 한국은 평균 4.8명(간호조무사 포함)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병원의 부족한 간호인력 문제는 숙련도가 높은 젊은 간호사가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5년 기준으로 간호사면허 보유자는 30만 7,797명에 달하지만 실제 의료기관 근무자는 13만5,440명(면허보유 대비 44%)으로서 유휴간호사 비율이 상당히 높은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병원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과 유휴간호사 재취업 장려를 위해 시간선택제, 야간전담제 등을 내놓고 있지만 간호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내놓는 출산장려정책 또한 병원사업장의 여성노동자에게는 실효성 없는 속빈강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대해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노동자가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실시하는 곳은 1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은 24시간 3교대 근무로 운영되는데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협업과 인수인계가 필요한데 임신부의 하루 2시간 단축근무는 이런 특성에 부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며 "따라서 병원특성에 맞는 근무형태와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어야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병원사업장에서도 실효성 있게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고 모성보호도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 보장 ▲출산 및 육아휴직으로 인한 결원인력을 모성정원으로 충원 ▲수유·탁아 등 육아에 필요한 보육지원시설 의무적 설치 ▲여성노동자의 생리적 문제에 따른 건강권 확보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정착 ▲모성보호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사례 조사와 시정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보건의료 적정인력 확보 국가 책임 명시한 특별법안 입법 추진한편 병원 내에서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가 취약한 근본적인 원인은 인력부족 때문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정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인력확충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달 29일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안은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보건의료기관 등의 인력지원 및 개선에 필요한 종합적 실태조사를 실시 ▲보건의료기관 고용확대 지원, 우수 보건의료인력 지원, 세제 지원 등 각종 지원 조치 ▲보건의료인력의 보건의료기관 취업 촉진을 위해 고용장려금 지급, 보건의료기관의 구인 활동 및 구직자의 취업 지원 보건의료 인력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안은 개별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적정인력 확보 문제에 있어서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정부 차원에서 병원의 인력확충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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