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외과 등 수련기간 단축 추진에 전공의들 거부감…“내부 논의 부족하고 수련교육 내실화가 더 시급”

[라포르시안] 대한의학회가 내과, 외과 등 일부 전문과목의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이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의학회는 최근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일부 전문과목 전공의 수련기간을 조정하는 문제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앞서 내과와 외과는 기본 전문의과정 3년에 분과별 세부전문의 과정 2년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의학회는 각 학회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수련 기간으로 변경을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추진, 이르면 내년도 전공의 모집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전협은 수련기간 단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송명제 전공의협의회장은 최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과정이 중요한데, 내과와 외과에서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전공의협 내부에 있는 내과 의국장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찬성한 이가 거의 없었다. 아예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며 "지금과 같은 수련시스템이라면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공의 수련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4년동안 기본적인 임상술기조차 익히지 못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기간 단축보다 수련교육 내실화 논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련교육 내실화가 안된 상태에서 수련기간만 단축할 경우 결국은 전공의들의 업무부담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5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공의를 위한 심장초음파 강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실제로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에서 주당 80시간이 넘는 과도한 근무시간 탓에 전공 분야의 필수 술기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초음파를 책으로만 배웠어요”…술기교육에 목마른 전공의들

내과 수련과정에 초음파 교육과정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직접 교육을 실시하는 수련병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대전협이 주최한 심장초음파 강좌에는 전국 각지에서 전공의들이 몰릴 정도였다. 송명제 회장은 "(내과학회가 추진하는)3·2 시스템의 전제조건은 수련교육의 질이 높아지면서 4년간 하던 것을 3년 안에 다 끝낸다고 보장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3·2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교육과정을 함축해 3년에 끝내고 개업하거나 취업할 환경이 된다는 전제하에 좀 더 공부할 사람만 2년의 세부전문의 과정을 밟는 것이다. 그런데 3년간 서류작업만 하다가 2년을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도 전공의협의회 쪽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김주현 대변인은 지난 15일 기자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기간 조정 논의에 대해 의협은 전공의협의회와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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